부당한 죄책감을 벗는 문장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원인 찾기다.
대부분은
내 안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내가 잘못했나?”
“내가 뭔가 부족했나?”
“내가 다르게 했다면 달라졌을까?”
오랫동안
나는 그렇게 살았다.
상대의 말투가 차가워지면
나의 말이 문제였다고 생각했고,
관계가 멀어지면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의심했다.
누군가의 무심한 침묵이나
차가운 표정을 마주할 때면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끝도 없이 원인을 찾았다.
그러다 보면
결국 내가 문제였다.
모든 책임은 결국 내 것이었고,
나는 내 자신을
끝없이 의심하고
자책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천천히, 제대로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나는 이 습관이 구조적 오류임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마음이 차갑게 식는 이유는
언제나 나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사람이 겪는 삶의 무게,
그 사람이 처한 마음의 날씨,
나의 통제를 벗어난 수많은 이유들이
우리 사이에 끼어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내 자신에게 이 말을 했다.
“이건 나 때문이 아니야.”
이 말은
책임을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말이 아니었다.
부당하게 떠맡고 있던
무거운 죄책감을
내 어깨에서 내려놓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대는 내 마음속을 보지 않았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지 못했고,
내가 어디서부터 무너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
상대가 하지도 않은 말을 상상하고,
나를 비난하고, 나를 벌주었다.
그건 공정하지 않았다.
그건 나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모든 슬픔의 원인을
내 자신에게서 찾으려 하면
세상의 모든 상처는 결국
내 잘못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반복했다.
“이건 나 때문이 아니야.”
처음 이 말을 했을 땐
내 자신을 보호하려는 어색한 변명 같았다.
하지만 반복할수록
이 말은 나를 살게 하는 구조가 되었다.
상처를 준 사람이 책임져야 할 몫까지
내가 혼자 안고 있는 건 옳지 않다는 걸
이 말이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완벽하지 않고
앞으로도 완벽할 수 없겠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나 하나로부터 시작되지 않으며
내 책임도 명확한 경계가 있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나를 회복했다.
“이건 나 때문이 아니야.”
지금 이 문장은
부당한 죄책감과 자책의 깊은 구멍에서
나를 건져내는 손길이 되었다.
이 문장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도
타인의 침묵과 무책임을
온전히 내 탓이라 믿으며
스스로를 괴롭혔을 것이다.
이제 나는 나를
더 이상 그 구덩이에 남겨두지 않는다.
이 작은 문장을 다시 말하며,
내가 더 건강하고 분명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오늘도 나를 지켜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