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각자 고유의 음성(聲紋)을 형성하면서 말을 배운다. 본격적으로 입으로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인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말을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울음소리로 시작해서 유언遺言으로 끝난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다.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동물이 인간과 유사한 점이 거의 없지만, 군집 생활을 하거나 무리를 이루며 생존하는 것은 비슷하다. 인간의 언어처럼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없어도 고유의 소통 방식으로 살아간다. 규범화된 언어는 없지만 나름대로 본능에서 발현되는 방법으로 순환한다(the circle of life).
기업에서 사람을 선발할 때는 대상자의 직무적합성과 조직적합성의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
직무적합성은 지원자의 지식, 기술,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지식은 전공지식과 전문지식으로 나뉜다. 전공지식은 특성화 고등학교, 대학 등에서 전공한 내용이고, 전문지식은 직무와 관련하여 학교든 외부교육 기관 등에서 일정 기간 동안 배운 것을 의미한다.
기술은 경험과도 바꾸어 쓸 수 있는 말이다. 특정한 어떤 일을 수행할 때 필요한 기술, 기법 등을 말한다. 손으로 무엇을 해내는 손재주나, 장비, 설비를 조작하는 일, 특정 SW프로그램을 다루는 것 등 뭔가 일을 할 때 적합한 재능이다.
역량은 '일을 해내는 능력'이다. '일 머리'와도 관련이 깊은 부분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든 '역량'이 있다. 그것이 선천적으로 타고났든,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으로 확보했든 상관은 없다. 인생이라는 게 일터에서는 가정에서든 개인으로서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보니, 항상 어떤 능력이든 필요한 게 현실이다.
직무적합성과 관련이 깊은 지식, 기술, 역량은 기업에서 자체 연수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향상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직원의 역량을 상향평준화하기 위해 OJT(on the job training), 입문 교육, 직무 교육, 보수 교육, 심화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자체로 운영하거나 외부 교육 기관에 위탁하기도 한다.
직무적합성은 경력 사원을 뽑을 때 차별화된 항목으로 관찰하여 선발의 변별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신입 사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는 변별의 기준으로 삼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세대 간의 특징과 특질이 기존 세대와 명확하게 구분되는 시대에는 표준화된 기준보다는 개인의 성향, 동기, 특징, 특질을 파악하는 조직적합성에 더 비중을 두고 사람을 선발한다.
구직 활동을 하거나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면접에 가는 경우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형성해 보라고 조언한다.
첫째, 친밀감이다. 구직 면접에서 면접위원과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으면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친밀감은 단순히 오랜 세월을 서로 알고 지냈다는 뜻이 아니다. 친밀하다의 반대어를 생각하면, 낯설다, 거리감이 있다 또는 거슬리다 정도이다. 처음 만났기에 낯선 느낌은 당연하다. 하지만 라포(rapport)를 형성하고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계속해서 서로가 낯선 느낌이나 거북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찬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면접에 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반듯한 외모, 자신 있는 걸음걸이, 올바른 자세, 여유 있는 미소, 목소리 성량•톤, 정확한 발음, 발화 스피드, 시선 맞춤 등이 자연스레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일정한 수준의 긴장도는 유지해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 정도면 괜찮다. 너무 인위적이거나, 시험을 보는 것처럼 경직되어 있으면 대화하는 내내 상대방이 낯설게 느낄 수 있다.
둘째, 유대감이다. 유대감이란 일종의 동료 의식, 동반자 정신과 비슷한 개념이다. 영어로 하면, fellowship이 적절한 표현이다. 어느 회사에서든 면접 위원과의 만남은 case by case이다. 그때그때 다르다는 의미이다. 어느 회사든 면접위원들에게 기본적인 공통 사항을 사전에 교육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각 담당자 선택의 영역에 속한다. 자신이 팀원으로 함께 일할 사람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유대감의 반대어는 위화감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위화감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어색한 분위기가 여기에 속한다. 비빔밥을 먹을 때 밥과 나물, 고명, 양념 등이 제대로 버무리지 않고 먹는 느낌에 비유할 수 있다.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먼저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지원하는 회사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엇이고, 지원하는 직무는 무슨 일을 하는지, 면접위원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일지 등 사전에 충분하게 분석을 해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면접 위원은 지원자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나올지 생각만 해도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신입 사원에 지원했다면, 직무적합성보다는 조직적합성에 더 비중을 둘 것이다. 경력 사원이라면, 직무적합성을 검증하는 데 더 비중을 둔다. 당연히 과거 직장에서의 성과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는 확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직 사유, 다른 말로 지원 동기를 중요하게 본다.
처음에 1분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에 대한 답변을 제시할 때까지 약 2, 3분 정도 소요가 되는데 면접 위원은 짧은 시간에 지원자의 언어적•비언어적인 전달 내용으로 대체로 첫인상과 관련한 판단을 마친다. 이 지점에서 잘 비벼질지, 그렇지 않을지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추후 질문과 답변을 이어간다.
마지막으로 동질감이다. 동질감의 반대어는 이질감이다. 유대감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표현이다. 해외에 나갔을 때, 특히 한국 사람이 드문 장소에서 한국인을 난생처음 만났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느낌이 들까? 이전에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지만 그냥 반갑고, 말을 걸고 싶고,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고,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실제로 면접 현장에서 지원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과거 또는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어떤 동료, 선후배가 떠오를 때가 있다.
'아하, 이 지원자는 우리 팀의 K 대리 같은 느낌이네.'
K 대리는 어떠한 사람인가?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고, 본인이 맡은 업무는 납기 내에 100% 완료하는 그런 스타일. 게다가 유관 부서와 협업을 할 때도 서로 먼저 찾는 대인 관계 역량도 뛰어난 담당자.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뛰어나 사내 인재로 추천하고 싶은 그런 직원...
대체로 이런 느낌을 주는 지원자는 면접 위원들과 동질감을 형성하는데 유리하다. 이런 지원자들의 공통점은 '의사소통 역량'에서 뛰어나다. 답변의 내용이 상대방, 즉 면접 위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을 제시한다.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니, 중요한 내용을 먼저 제시하고 그렇게 답변하는 논거를 체계적으로 전달한다. 모든 답변 시간은 30초 이내로, 단문 5, 6개 정도로 구성하여 듣는 이가 들으면서 납득할 수 있도록 한다.
면접 위원은 지원자가 나열하는 정보를 해석하지 않는다. 판단하는 데 활용할 뿐이다. 면접은 입시생들의 언어 듣기 평가도 아니고 비문학 지문의 독해 평가 또한 아니다. 면접에서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하면 그 면접은 100% 실패한다. 이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은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시험으로 인식하여 그저 사전에 작성한 스크립트를 암기하고, 준비한 것 100%를 전달하는 것은 자기만족일 뿐 대화가 아니다. 가능하면 면접 위원들은 면접 도중에 질문에서 힌트를 주며 지원자가 센스 있게 인지하고 바람직한 면접으로 유도하려 한다. 그럼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지원자라면 호감도와 매력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말 100% 중 90%를 버리고 핵심인 10%에 집중하지 않으면 친밀감, 유대감, 동질감은 조금도 형성되지 않는다. 취업 성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궁리와 연구가 기본이다. 그 대상은 회사, 직무, 채용담당자, 면접 위원이다. 가장 강력하게 통하는 '의사소통 역량' 강화에 힘쓰자. 글쓰기와 말하기는 생각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연구와 연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