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단상(20250327) - 청년

티끌모아태산 청년 청춘 기망 기만 비정규직 알바인생 노오력 노력

by 브레인튜너

'티끌 모아 태산',

'아프니까 청춘이다.'

'힘내, 노력하면 된다.'




좋은 말이다. 나이 든 사람들 또는 제삼자의 관점에서 청년들에게 '그냥' 내뱉기 좋은 말이다. 상대방과 공감하는 의도나 내용이 없이 일방적인 훈계 용도의 허울 좋은 말이다. 이런 부류의 말에 공감하는 젊은이는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기성세대 중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을까? 별로 공감하지도 않기 때문에 입발림으로도 하지 않는 말이다.


매주 새로운 청년들을 만난다.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그들에게는 아버지뻘이 된다. 청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더 나은 세상과 합리적인 시스템을 물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물론 동기를 부여하고, 낮아진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기도 하지만, 다음 세대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한지 잘 모르겠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님은 청춘을 찬미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하면 진취적이면서 낭만을 떠오르게 했는데, 지금은 우울한 느낌이 먼저 앞선다. 모든 젊은이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축 처진 어깨, 자존감 낮은 눈빛, 자신감 없는 목소리, 터벅터벅한 발걸음에서 청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피로사회'를 지탱하는 양분으로 청춘들을 희생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순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진짜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줄 알았다. 인간의 지성이 현세의 파라다이스를 지향한다고 믿었다. 반백 년을 넘게 살아보니 사람이라는 존재는 지성보다 욕망에 더 충실한 존재인 걸 알았다. 철학자들이 왜 그리 머리가 아픈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와 현대는 전근대보다 여러 면에서 나아진 게 분명하다. 과학과 기술이 주는 생활의 편의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나아졌다. 하지만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삶의 질은 문명의 발전과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절대 빈곤층이 다수 존재하고, 청년 실업률은 날마다 올라가고, 자발적 비혼주의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투사한다.


청년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집단 지성은 소수가 주도하는 탐욕스러운 수법 앞에 속수무책이다. 욕망과 욕구가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인 건 잘 안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가 위험한 것처럼 적절하게 통제되는 욕망은, 결국 공동체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역사가 수 없이 증명해준 사실이다.


티끌은 모아봤자 먼지 덩이이고, 아프면 환자다. 마치 철학적 고뇌가 스며든 것처럼 보이는 메타포로 청년의 마음을 후리지 말자.

'힘내'라고 입으로 때우기보다는, 국밥이라도 한 그릇 사서 먹이자.


젊은 세대를 위한다면...


티끌은 모아봤자 쓰레기 더미일 뿐이다


티끌은 모아봤자 쓰레기 더미일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200자 단상(20250326) - 기억과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