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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Jun 04. 2020

아르헨티나로 떠나다

처음 겪어보는 험난한 입국 심사

인천 출국-미국 경유-아르헨티나 도착


  엄마, 동생 그리고 반려견 유비까지 공항버스정류장에서 날 배웅하였다. 파란색 이삿짐 박스를 허접하게 싸는 바람에 동생이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다시 박스테이프로 칭칭 감아줬다. 엄마는 내내 괜찮다가, 공항버스에 짐을 싣고 내가 버스에 올라타자 울먹이기 시작했다. 다시는 내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나. 하지만 이때 엄마는 몰랐겠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나의 계획이 깨지고 예상보다 일찍 한국으로, 그것도 급하게 돌아올 줄은.

  많은 인솔의 경험이 있었지만,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달라스에서의 경유시간은 길지만, 짐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매번 환승 시간도 짧은데 디트로이트, 로스 엔젤레스, 휴스턴 등 짐 찾는 것이 엄청나게 수고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국 심사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파블로 생일 선물로 주려고 산 면세점 화장품 200ml를 뺏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었는데, 다행히도 면세점 봉투만 뜯어 시약 검사한 후 통과시켜주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 지는 모르겠지만, 예상 도착 시간에 비해 약 1시간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였다. 난 오히려 빨리 도착해서 픽업 차량 기사님과 어긋날까 봐 걱정하였는데... 이거 웬걸? 입국심사에서 딱 걸려버리고 말았다. 

  보통 한국인은 아르헨티나 입국 심사가 절대로 까다롭지 않다. 1. 관광목적 2. 체류기간 3. 체류 호텔 주소 이것만 알려주면 된다. 아르헨티나만 열 번도 훨씬 넘게 방문했던 나는 단 한 번도 입국심사에서 걸려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때문에 꼬인 것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워킹홀리데이를 교류하는 국가가 몇 없을뿐더러, 내가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 입국자였기 때문에 아직 이민국에서는 정보가 많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또 물어보니, 내 비자 정보가 본국으로 완전히 넘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는 죄다 걸린다는 이민국 직원의 설명이었다. 난생처음 나는 오피스로  가서 한 시간 넘게 불법체류자처럼 기다린 끝에 입국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한 시간 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나 입국 거절을 당하면 어떡하지. 나 직장까지 과감하게 그만두고 왔는데, 돌아가서 도대체 뭐라고 해. SNS 다 끊어버리고 없는 사람처럼 살아야 하는 것일까 등등 말이다.

  입국장을 나오니 미리 신청한 픽업 기사님께서 나와 계셨고, 바로 합류하여 미리 예약을 잡아둔 에어비앤비 하우스로 이동하였다.




Caballito(까바시또)에 임시거처를 마련하다

  처음에는 돈을 아낄 겸, 아는 호스텔로 가서 머물까 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번잡스러운 곳에서 지내면 스트레스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airbnb 앱에서 숙소를 검색했다. 나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비교적 안전한 장소

2. 출퇴근 필수인 지하철 숩떼역 근처 (Linea A 쪽)

3. 2주 이상 장기 투숙


그래서 염두한 지역은 아래와 같다.


1순위 Caballito (까바시또)

2순위 Once 역 근처 또는 Villa Crespo 


  임시 숙소니 적당히 평 좋은 데 가야지 했는데, 운이 좋게도 가격도 괜찮고 평이 좋은 곳도 눈에 띄어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가장 궁금한 건 Linea A 노선과 집이 가까우냐 였는데 5블록 떨어져 있고, 걸어서 10분 거리라고 한다. 그래서 15박 예약을 했다. 세금이나 수수료 포함하면 1박당 약 2만 원 꼴이다. 의외로 원하는 조건의 괜찮은 가격대의 숙소가 많지 않고, 9월은 이상하게 장기투숙이 안 되는 아파트들이 많아서 얼른 예약을 하였다. 가띤과 파블로에게 상세 주소를 보여줬더니 안전한 곳에 숙소를 잘 잡았다고 했다. 그제야 마음이 한결 놓였다.


  숙소에 도착하여, 바로 샤워를 하고 라면 한 개를 끓여먹고 눈을 좀 붙였다. 그리고 숩떼(SUBTE, 지하철)를 타고 플로리다 거리로 가서 암 환전(아르헨티나는 현지 화폐의 불안정으로, 공식환율과 암 환율이 존재한다. 암 환율은 물론 불법이지만, 정부에서 제재를 가할 수가 없다.)을 한 후, 예전 직장 동기 언니와 앞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될 사장님과 함께 팔레르모 고급 스테이크 집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이렇게 입국 첫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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