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ied Entomology and Zoology
앙상한 가지 사이로 한기를 품은 바람이 나부낀다. 1월의 나무는 잎 대신 바람을 매달았다. 이곳은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서서울호수공원. 사마귀 알집을 찾으러 왔다. 작년 이맘때 무궁화 가지에서 사마귀 알집을 보았는데 사진을 찍어놓지 않아서 다시 오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알집을 발견했다. 저번에 본 알집은 꽤나 커서 왕사마귀 알집 같았는데 이번에 발견한 것은 작다. 알집의 주인이 어느 사마귀인지는 모르겠다. 사진을 찍고 조용히 물러났다. 봄에 다시 찾아오면 새끼 사마귀들을 만날 수 있을까.
사진1. 서서울호수공원에서 발견한 사마귀 알집
우리나라에는 총 9종류의 사마귀가 살고 있다. 왕사마귀, 사마귀, 좀사마귀, 항라사마귀, 애기사마귀, 좁쌀사마귀(왜좀사마귀), 넓적배사마귀, 민무늬좀사마귀(민무늬좀사마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8종이 서식했는데 최근 외래종인 붉은긴가슴넓적배사마귀도 국내에서 발견되어 총 9종으로 늘어났다(각주 1). 이중 가장 흔한 건 왕사마귀와 사마귀다.
왕사마귀와 사마귀는 다르다. 일단 학명부터 다르다. 사마귀의 학명은 Tenodera angustipennis 으로 Tenodera sinensis 인 왕사마귀와 속은 같으나 종이 다르다. 언뜻 보기에는 비슷하게 생겨서 같은 종으로 여기기 쉽지만 크기, 뒷날개 무늬, 가슴의 점 색깔이 다르다.
사마귀는 앞다리가 달린 가슴 안쪽에 주황색 점이 있고, 뒷날개는 연한 갈색이다. 왕사마귀는 사마귀보다 더 크고, 가슴 안쪽에 옅은 노란색 점이 있으며, 뒷날개 밑부분이 보라색을 띤 갈색이다. 가슴의 점 색깔로 구분하기에는 애매한 경우가 많아 뒷날개 색으로 구분하는 게 정확하다. 문제는 사마귀가 순순히 뒷날개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 자란 어른 사마귀는 그냥 보기에도 무섭게 생겼는데 성질도 더러워서(물론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물리거나 앞다리 가시에 찔릴 수 있다. 피를 볼 수 있으니 초보자라면 조심해서 잡도록 하자.
사진 2. 사마귀와 왕사마귀 (출처: 동그람이 블로그/ 사진: 임헌명)
왕사마귀, 학명은 Tenodera sinensis Saussure, 1871(학명이명 Tenodera aridifolia) . 영어로 Chinese mantis라고 한다. 중국을 비롯해서 우리나라, 일본, 태국, 미크로네시아 등에 서식한다. 19세기에 중국산 묘목에 붙어 북미에 불법체류를 하게 된 왕사마귀는 풍수지리와 자본주의가 마음에 들었는지 성공적으로 정착해 이제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흔한 곤충이 되었으며, 토종 사마귀를 위협하는 깡패충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왕사마귀의 이름에 ‘왕’이 들어가는 이유는 크고 겁이 없기 때문이다. 성충(成蟲, 다 자라서 생식 능력이 있는 곤충)의 몸길이는 70~95mm로 사마귀과에서도 대형종에 속한다. 간혹 100mm 넘는 개체가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한다. ‘100mm? 애개개!’ 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자를 꺼내서 10cm를 재보자. 역시나 ‘애개개’ 소리가 나온다. 인터넷에서 괴물 또는 드론으로 묘사하는 장수말벌은 몸길이가 보통 5~6cm에 불과하다(곤충 몸길이는 머리부터 배 끝까지다. 더듬이부터 재는 게 아니다). 장수말벌보다 훨씬 긴 10cm의 몸에 가늘고 긴 가운뎃다리와 뒷다리, 몸길이만큼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잔뜩 달려 낫 같이 생긴 앞다리, 보기 드문 삼각형 머리와 커다란 겹눈, 기다란 더듬이가 붙어 한 마리의 왕사마귀가 되면 훨씬 더 크고 길고 강하게 보인다. 여기에 날개까지 활짝 펼치고 째려보면 심약자는 지릴 수 있으니 사마귀를 채집할 때는 팬티를 2장 챙길 것을 권하는 바이다(방수팬티도 OK).
왕사마귀는 알로 겨울을 난다(다른 사마귀도 마찬가지다). 평소 관심이 없어서 지나치기 일쑤인데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면 공원이나 숲 여기저기서 사마귀 알집이 눈에 띈다. 물론 나 잡아봐라 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나뭇가지나 벤치, 울타리 귀퉁이 등에 은밀히 숨겨져 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3~5월, 따뜻한 봄기운이 날로 높아갈 때 새끼 사마귀들이 알집에서 나온다. 알집 하나에는 수백 개의 알이 들어있다. 이 알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부화한다. 이들은 알집에서 나올 때 얇은 막에 싸여있어서 마치 새우처럼 보인다. 저마다 꼬리 끝에 가는 실을 매달고 알집 밑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얇은 막에서 빠져나오면 비로소 진짜 사마귀의 모습이 나타난다. 새끼 사마귀가 빠져나온 알집에는 이들이 벗은 막이 매달려있다. 새끼는 몸을 말린 후 재빨리 흩어진다. 이때부터 형제는 경쟁자이자 동족 포식자가 되기에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안 마주치는 게 서로 윈윈이다.
동영상 1. 부화하는 사마귀(출처: Stuffinabox 유튜브)
일반적으로 애벌레는 알에서 나오면 1령(齡, instar), 첫 번째 허물을 벗으면 2령, 두 번째 허물을 벗으면 3령 이렇게 단계를 구분한다.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왕사마귀는 총 6번의 허물을 벗고(7령) 성충이 되지만 일부는 5번 탈피하고 성충이 되는데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마지막 허물을 벗으면 약충(불완전변태하는 곤충의 애벌레) 때 없던 날개가 나타난다. 좁쌀사마귀 암컷은 날개가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있다. 사마귀는 번데기를 거치지 않는 불완전변태(요즘은 '안갖춘탈바꿈'이라고 한다)를 하기 때문에 약충 사마귀는 날개가 없고 크기가 작을 뿐 성충 사마귀와 똑같이 생겼다.
약충 사마귀들은 크기도 작고 힘도 약한 1~3령 시기에 다른 곤충(또는 동족)의 먹이로 대부분 죽고 소수만이 살아남아 성충이 된다. 7~11월 성충이 된 왕사마귀는 닥치는 대로 사냥을 하며 곤충계의 저승사자로 맹활약하는데 웬만한 곤충은 왕사마귀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심지어 천적이라도 새끼처럼 약한 개체에게는 싸워 이기기도 한다. 사마귀가 다른 곤충과 싸우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인기가 많다. 옛말에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 불구경이라더니 한쪽의 죽음으로 끝이 나는 곤충의 싸움마저 인간에게는 신나는 구경거리가 된다는 사실이 좀 찝찝하기는 하다.
사마귀의 천적은 말벌, 거미, 지네, 개구리, 다람쥐, 청설모, 새, 뱀 등이 있다. 성충 사마귀의 목숨을 노리는 존재가 또 있다. 연가시다. 영화로도 유명세를 타서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본 적은 없으나 그 이름과 생김새는 알고 있을 정도다. 연가시는 물속에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알에서 나온 연가시 유충은 잠자리, 모기, 하루살이 등의 유충에게 먹혀 숙주의 몸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연가시 유충을 열심히 키운 숙주는 천적인 사마귀, 여치 등에게 먹힌다. 더 큰 숙주로 환승한 연가시 유층은 최종 포식자인 곤충의 내장에 붙어 영양분을 훔쳐먹으며 성장한다. 만약 이때 숙주인 사마귀나 여치가 죽으면 연가시도 같이 죽게 된다. 숙주의 몸에서 빠져나오더라도 근처에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완전히 성장한 연가시는 숙주 곤충을 조정해 물에 빠지게 한 후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도대체 내장이 남아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긴 연가시가 숙주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광경은 경이롭고 경악스럽다. 물속에서 연가시 암수는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자손번식의 임무를 완수한다. EBS 다큐 오늘 <기생충, 연가시>에서 연가시의 한 살이에 대해 자세히 보여주니 혐오감보다 호기심이 더 큰 이라면 한 번쯤 보도록 하자.(21세기의 만물박사인 유튜브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기생충에 곤충 충蟲을 쓰지만 모든 기생충이 곤충은 아니다. 연가시도 곤충이 속한 절지동물이 아닌 유성형동물에 속해 있다.
날이 서늘해지는 9~10월이 되면 암컷은 페로몬을 내뿜는다. 페로몬에 이끌려 온 수컷은 암컷의 등에 올라타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 도중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 그랬다가는 수컷이 남아나질 않아 거시적으로 봤을 때 종의 번식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운 좋고 잽싼 수컷 사마귀는 여러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도 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수컷을 잡아먹은 암컷이 더 많은 알을 낳았으며, 살아남는 알의 수가 더 많다고 한다. 짝짓기는 꽤 오래 걸려서 몇 시간이나 지속된다. 오마이뉴스의 한 시민기자의 글을 보니 무려 5시간이나(기다리다 지친 기자는 냉면 한 그릇을 먹고 왔는데 그 이후로 몇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각주 2) 짝짓기를 했다고 한다. 짝짓기가 끝나고 한 달 뒤 암컷 사마귀는 알집을 3~4개 만들고 나서 기력이 다해 죽는다. 살아남은 개체들도 날씨가 추워지고 먹이가 부족해짐에 따라 죽게 된다. 이렇게 사마귀의 한 살이가 끝나고 알집에서 다음 세대가 삶을 준비한다.
암사마귀는 거품 같은 분비물로 알집을 만든다. 처음에는 흰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히 굳어 갈색으로 변한다. 알집은 종마다 모양이 다르다. 알집 한 개당 100~300개의 알이 들어있다. 알집은 알들을 충격에서 보호하고 단열, 방수 효과를 낸다. 알집은 추위는 막을 수 있지만 호시탐탐 노리는 침입자를 막지는 못한다. 사마귀꼬리좀벌과 사마귀수시렁이 암컷은 사마귀 알집에 알을 낳는다. 애벌레는 알집 속에서 사마귀 알을 먹으며 자라다가 봄이 되면 성충이 되어 알집에서 탈출한다. 사마귀 알집을 깼을 때 허물만 잔뜩 들어있으면 이미 도둑 손님이 다녀갔다는 증거다. 이 외에도 사마귀 알집을 노리는 동물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사마귀 알집 말린 것은 상표소桑螵蛸 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쓰인다. 지금은 약재로 채취되기보다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이나 곤충 애호가들에게 털리는 경우가 더 많다. (그놈의) 유튜브에 보여주기 위해 마구잡이로 떼는 경우도 너무 많다. 한겨울이라도 집안 같이 따뜻한 장소에 알집을 두면 새끼들이 부화한다. 알집 하나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사마귀가 나오니 이들을 다 거둬먹이고(식성도 좋은 데다 살아있는 것만 먹는다), 1 사마귀 1집을 제공할 능력이 없다면(한 곳에 사마귀를 몰아넣을 경우 한 마리가 남을 때까지 서로 잡아먹는 배틀 로열을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 알집은 그냥 자연 상태로 내버려 두자. 나중에 죽은 애기 사마귀를 치우는 것도 영 께름칙하다. 엄마 또는 아내로부터 등짝 스매싱을 당하지 않으려면 알집을 집안에 들일 생각을 하지 말기 바란다.
봄이 되어 알집에서 나오기 전까지 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저 어미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알집을 만들어놨기를, 수시렁이와 꼬리좀벌이 몰래 알을 낳지 않기를 바라며 기나긴 겨울을 지내는 도리밖에 없다. 이들의 운명은 알집 밖의 보이지 않는 손에 달려있다.
사마귀는 영어로 praying mantis, 그러니까 기도하는 사마귀라고도 불린다. 앞 발을 모은 모습이 꼭 기도하는 모습 같아 붙여진 별명이다. 다소곳이 모은 경건한 두 발은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 강력한 무기로 변한다. 웬만한 곤충과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공격의 왕 사마귀는 인간의 무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름하여 당랑권. 필자처럼 무술 문외한들에게는 손목을 꺾은 특이한(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기억된다. 평화를 사랑하는 불교는 무술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야 할 것 같지만 아니다. 곤충계에 사마귀가 있다면 불교계에는 소림사가 있다.
무협 소설과 1982년 개봉해 대히트를 친 이연걸 주연의 '소림사'와 비슷한 류의 무술 영화, 입으로 구전되어 내려온 각종 카더라와 썰로 인해 소림사는 불교 사찰로서의 정체성보다 무술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해졌다. 오히려 스님이 무술을 하니 일반인보다 더 내공이 센 극강의 일인자로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생각을 해보면 스님들이 승복을 입고 사찰에서 단체로 무술 연마를 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굳이 사찰에서, 하필 승복을 입고, 수많은 스님들이 왜 그래야 하는가. 수행의 한 방법이라거나 최소한의 방어로 무술을 익힌다고 하기에는 소림사에서 보여주는 무술은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것으로 보인다.
소림사하면 나오는 썰 중에 대표적인 것인 '달마대사가 전수했다'이다. 달마대사는 선종의 초조初祖(집안이나 학파 등의 시조)로 숭상된다. 달마대사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달마도는 한 번쯤 봤을 것이다. 부리부리 우락부락 얼굴이 인상적이어서 한 번만 봐도 뇌리에 박힌다. 달마도가 수맥차단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연히 확인불가능이다. 믿지 말자.
사진 3. 김명국의 <달마도>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달마대사는 문헌 기록은 너무 적은데 훗날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붙으면서 사실과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학계에서는 달마대사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설도 지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달마의 생몰년은 당연히 알 수가 없고, 출신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6세기에 집필된 『낙양가람기洛陽伽藍記』는 달마가 언급된 최초의 기록인데 달마는 파사국(페르시아) 출신으로 파미르 고원을 통해 왔다고 한다. 8세기에 집필된 것으로 보이는 『역대법보기歷代法寶記』에서는 달마가 남인도 출신으로 배를 타고 왔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향지국 출신이라는 말이 많은데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에 의하면 향지국 보다 향지왕 이라는 기록이 더 많다고 한다. 즉 향지가 나라 이름이 아니라 달마의 아버지 이름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달마대사에 대한 기록이 너무 적어 지금으로서는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이다. 또한 달마 대사가 지었다고 알려진 『역근경』『세수경』은 청나라 중기의 판본만 남아있고 학계에 의하면 그러한 설은 명나라 시대 민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왜 이렇게 무리해서 달마가 소림사와 엮인 것일까?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달마가 소림사에 머물렀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기록들과 대조하면 연도가 맞지 않다. 이래저래 달마대사는 소림사에 아련한 전설과 권위를 얹어주는 MSG 역할을 할 뿐 실제로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소림사는 왜 무술과 연관이 되었을까? 당나라 태종인 이세민이 소림사 근방의 낙양을 공격할 때 소림사 스님들이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낙양을 차지한 왕세충은 이세민과 대치를 하고 있었는데 소림사 스님들이 왕세충의 조카인 왕인즉을 잡아서 이세민에게 보냈다. 태종은 무척 기뻐하여 스님들에게 관직을 주고(다 사양하고 담종 스님만 관직을 받았다) 이 내용을 기록한 비문을 세웠다. 이 사건은 훗날 피와 살이 붙어서 스님들이 위기에 몰린 이세민을 구하는 것으로 와전되어 널리 퍼졌다. 가짜가 진짜로 둔갑한 것이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면서 소림사 스님들이 자의 반 타의 반 정벌이나 전쟁에 참여하면서 명성이 높아지고(당시에도 꽤나 진기해 보였으리라) 명나라대에 크게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실제로 삼기 주우 스님은 여러 차례 전공을 세워 황제의 상을 받기도 했다. 소림사 스님들이 무술을 연마한 것은 사실로 보이는데 얼마나 많은 스님들이 동참했는지, 어느 정도로 훈련을 했는지, 무술 수련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청나라에 들어와서 소림사는 쇠퇴하기 시작한다. 소설과 영화에서는 소림사가 반청복명(청을 멸하고 명을 회복하자)의 중심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청나라 정부가 폐허가 된 소림사를 재건했다고 한다. 한족을 점령한 철천지원수 청나라와 사이가 나쁘기는커녕 꽤 친했다는 말이다.
세월이 흘러 세상은 다시 요지경 속으로 빠지고, 1927년 군벌 싸움에 낀 소림사는 불에 타 수많은 자료와 건축물이 사라져 버렸다. 1930년에 소림사에 방문한 사람들 말로는 그때 이미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문화대혁명까지 거치면서 소림사는 회생의 기미가 없다가 70년대 말부터 국가의 주도로 서서히 회복되어 지금은 중국에서 제일 돈 잘 버는 절(이라 쓰고 대기업이라 읽는다)이자 시와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대표적인 관광 브랜드가 되었다.
소림사에서는 진짜 스님이 되기 위해 들어온 이들과 무술을 수련하기 위해 온 이들, 무술 시범단으로 활동하는 이들 이렇게 세부류로 나눠서 활동하게 된다고 한다(각주 3). 그러니 대중매체에서 그려지는 대로 승복을 입고 무술을 하는 이들은 진짜 스님은 아니고 무술 수련생 또는 시범단이다. 소림사는 현재 중국 정부의 공인 체육 교육 기관이기도 하다. 미국 경영학 석사(MBA) 출신의 스융신 주지 스님은 “소림사의 이익 추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널리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소림사는 부처님의 법과 불교 수행이라는 본질에서 계속 멀어지는 중이다. 스님이라고 무술 수행을 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소림사에 가득한 이들은 스님이 아니고, 깨달음과 전혀 상관이 없기에 불교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물음이 생긴다.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문화&예술&역사를 한방에 박살 냈다. 현재 중국에서 말하는 전통은 문화대혁명 이후 겨우 살아남은 것들을 짜깁기하거나 이름만 옛것일 뿐 내용은 새로 만들다시피 한 것이 많다. 중국 무술 역시 문화대혁명의 폭풍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소림사 무술은 가짜라는 말이 많이 나돌기도 한다(물론 중국과 중국인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종목 무술인들과 붙어서 처절하게 깨지는 일이 반복되어 정녕 무술로서 기능하느냐는 실용성 논란도 있었다. 돈독에 올랐다는 비판과 함께 이래저래 말이 많은 것이다.
대중을 다독이는 모범적인 스승, 하늘을 날아다니며 물리법칙을 가볍게 무시하는 온갖 기이한 무술의 달인,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신통의 스님은 무협지와 영화에서만 가능하리라. 실상이 어떠하든 소림사는 역사적 사실로 포장한 각종 전설과 권위로 인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소림사 무술은 나날이 화려해지고 강해지고 있다. 덕분에 보는 즐거움은 배가 되었지만 소림사에 불교는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사진 4. 연꽃을 든 사마귀
각주
1-1.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종목록: Ⅲ. 곤충 (인천: 국립생물자원관, 2019), 990
1-2. 김태우, 심재일, "A newly recorded Hierodula formosana Giglio-Tos, 1912 (Mantodea: Mantidae) from Korea," 한국응용곤충학회 학술대회논문집 2018, no.4(2018) : 457.
사진 각주
1. 직접 찍은 사진
2. 임헌명, "임헌명의 스타bugs: '사냥의 명수' 사마귀가 '이 곤충'과 사촌이었다고?," 동그람이(블로그), 2019년 10월 15일,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451876&memberNo=38419283
4. 직접 그린 그림
동영상 각주
1. Stuffinabox, "The Complete Process of a Praying Mantis Hatching," 2023년 10월 13일, 동영상, 3:47, https://www.youtube.com/watch?v=5j4Q0lzx05A
참고문헌 - 사마귀
1. 국립생물자원관. "왕사마귀."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2023년 12월 27일 접속.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ktsn=120000020913
3. 임헌명. "임헌명의 스타bugs: '사냥의 명수' 사마귀가 '이 곤충'과 사촌이었다고?." 동그람이(블로그). 2019년 10월 15일.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451876&memberNo=38419283
4. 문형철, 임주락, 권석주, 소순영, 전형권. "왕사마귀(Tenodera aridifolia)의 발육 및 산란 특성." 한국잠사곤충학회지 55, no.1(2019): 1-5.
4. Taku Iwasaki. "Stage Duration ,Size and Coloration of Two Praying Mantises ,Tenodera aridifolia (Stoll) and Tenodera angustipennis Saussure (Mantodea, Mantidae)." Japanese Journal of Entomology 60, no.3(1992): 551-557.
5. Taku Iwasaki. "Comparative Studies on the life Histories of Two Praying Mantises, Tenodera aridifolia (STOLL) and Tenodera angustipennis SAUSSURE (Mantodea, Mantidae) I. Temporal Pattern of Egg Hatch and Nymphal Development." Applied Entomology and Zoology 31, no.3(1996): 345-356.
참고문헌 - 소림사
2. 자현. "달마대사 독살설의 진위 - 자현스님의 붓다로드 88회.", 자현스님의 쏘댕기기 - 선불교연구소. 2021년 1월 26일. 동영상. 46:21. https://www.youtube.com/watch?v=Kohfedi8LvQ
3. 방윤용, 최영래. "중국 산동성 무술 산업 지역 특화 및 발전 전략 탐색." 한국웰니스학회지 16, no.3 (2021): 17-25.
4. 노동호. "소림사 소림 무술의 전승과정에 관란 고찰." 무예연구 5, no.1 (2011): 35-48
5. 장민, 김동규. "소림무술의 기원과 사상적 맥락." 한국체육철학회지 18, no.4 (2010): 21-38
6. 박기동, 김용수. "중국 소림무술의 전설과 진실을 찾아서." 한국체육철학회지 20, no.2 (2012): 33-49
7. 김용수. "중국 소림무술의 허와 실." 한국체육철학회지 18, no,4 (2010) : 89-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