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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Feb 22. 2022

들어가며

곤층으로 만나는 불교, 불교로 만나는 곤충

 12회에 걸쳐 만나게 될 글의 주인공은 곤충과 불교이다. 곤충과 불교? 둘 사이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을 밝히자면 글을 쓰는 나 역시 그렇다. 불교 경전 속에는 다양한 식물이 등장하고 포유류나 조류, 어류는 등장하지만 곤충은 등장하지 않는다(읽은 경전이 몇 개 안되어 단언하기는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런 희한하고 이상한 조합이 생겨난 건 순전히 내 흥미 때문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차가운 도시 여자는 곤충에 아무 흥미가 없었을뿐더러 곤충을 무서워했다. 살면서 마주친 대부분의 곤충이 바퀴벌레, 그리마(돈벌레), 모기였으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곤충 혐오가 내 탓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순진한 도시녀의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곤충에게는 피하거나 잡아 족치는 양자택일의 태도를 보였으며, 다년간의 자취 경력으로 후드리찹찹 잘도 때려잡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랬던 내가 바뀐 건 2019년부터다. 숲 체험과 텃밭 강사로 일하면서 곤충에 눈을 뜬 것이다. 숲과 텃밭을 점령한 곤충들은 식물보다 더 강렬하게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곤충은 참으로 매혹적인 존재이면서 여전히 가까이하기에는 멀고도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바퀴벌레, 그리마, 모기는 변함없이 싫다). 


 불교와의 만남도 우연반 필연반이었다.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45번이었고 친구는 46번이었다. 친구는 내게 동네 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절에 가자고 했다. 엄마 따라 초파일마다 가곤 했던 절인데 학생회가 있는지는 몰랐다. 그렇게 친구따라 강남 대신 절에 들어간 나는 매주 청소년 법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법회는 지루했지만 사람들 만나는 재미로 계속 다녔다(그 친구와는 굉장히 친해져서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나를 절로 이끈 그 친구도 엄마도 카톨릭으로 개종했지만은). 20살부터는 음주가무에 빠져 불교와 가까이할 겨를이 없었다. 재적사찰도 없고 신앙생활도 하지 않는, 친불교과 무교 사이의 양다리 나이롱 신자는 31살 때 약 2년간 종무원(사찰이나 불교기관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불교와 가까워졌다(종무원도 목적을 갖고 된 것이 아니라 구직사이트에서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다. 인연인가보다 한다). 밥값을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불교 공부를 해야 했다. 하다 보니 의외로 재미있었다. 


 이렇게 30대에 들어서 곤충과 불교를 만났다. 만난 지 십여 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곤충도 불교도 잘 모르는 아마추어다.  <곤충과 불교 사이>는 곤충과 불교 공부를 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어차피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공부하는 거 글로 남기면 훗날 기억하기도 쉽고, 연계해서 공부하면 기억도 잘 나기 때문이다. 2020년에 기획해서 2장까지 쓰고 손을 뗐다가 2년 만에 다시 원고를 열게 되었다. 올해는 기필코 마무리를 할 계획이다.


 각장에는 해당하는 월에 볼 수 있는 곤충과 그 곤충과 관련 있거나 연상되는 불교 개념, 지식 등을 엮었다. 불교 개론서나 기본서에서 알려주지 않고 곤충 책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알아두면 쓸모 있을지 없을지 모를 TMI도 꽤 나올 것이다. 잘 알려진 곤충과 잘 모르는 곤충이 반씩 섞여있다. 해당하는 달에 채집망과 통을 들고서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웃으면서 푸른 들과 산을 뛰어다니며 직접 잡아 보는 것도 뜻밖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미친X처럼 보일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는 바이다.  '들장미 소녀 캔디'를 모르는 MZ세대는 유튜브에서 주제가를 검색해보시길). 

 

 곤충과 불교는 그 자체로도 대중적인 주제는 아니다(이렇게 말하면 반발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우리 까놓고 솔직해집시다!). 각각 따로 놓으면 그럴싸한데 둘을 붙여놓으니 주류에서는 이미 멀찌감치 멀어졌고, 비주류에서도 너 같이 안 팔리는 것들은 저리 가라 훠이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런 주제를 기획하고 써 내려갈 나 역시 이미 눈치챘겠지만 외골수다. 아웃사이더 아마추어가 써 내려갈 <곤충과 불교 사이>는 둘 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환영이오, 둘 중 하나라도 관심 있는 사람도 환영이다. 아무 관심 없이 그냥 온 사람도, 잘못 클릭해서 들어온 사람도 환영이다. 아마추어가 자신의 덕후질을 위해 써 내려간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도움과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 글들을 보는 누군가도 곤충, 불교에 흥미를 가진 아마추어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이다. 지구에서 개체수와 종수가 가장 많은 동물인 곤충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삼국시대에 들어온 불교는 우리 문화에 깊고 다양한 흔적을 남겨놓았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또는 관심이 없어서 무심하게 지나쳤겠지만 늘 함께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글에 오류가 있다면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잘못된 사실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러니, 우리 함께 갑시다! 곤충과 불교를 만나러.      


아기부처님과 나비,  출처: 나 (저주받은 똥손이지만 직접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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