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남매랍니다

우리집만 그런건 아니죠?

by Lahye


“쟤는 완전 팅커벨이네”

(*팅커벨 : 동화 피터팬에 나오는 작은 요정)


결혼 직 후, 남편은 길을 걷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팔다리가 가느다란 여자아이들을 보면 꼭 말했다. 아마 우리에게도 딸이 있다면 그랬으면 하는 로망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나이 마흔에 첫 아들을, 마흔 셋에는 남편이 그토록 기다리던 팅커벨 일지, 아닐지 모를 딸을 낳았다.




출생


첫째 아들은 노산이자, 첫 출산인 턱을 톡톡히 치르며 오랜 진통 끝에 세상에 나왔다.

“응애” 하며 쨍하니 울던 그 아이에게 기쁨에 겨워 “뿡뿡아~”라고 부르자, 울음을 ‘딱’ 멈추었다.

뱃속에서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였던 걸 아는 걸까.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눈을 번쩍 뜨고 사람들을 빤히 바라보는 똘망한 녀석을 가족들은 모두 신기 해 하며 반겼다.


둘째는 조금 달랐다.

출산당일 무통주사 덕에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남편을 바람 쐬러 내보낸 잠깐 사이, 힘도 제대로 한 번 안주고 낳았다. 진짜 거짓말 같지만 낳는다는 느낌도 없이 '그냥 쑤욱’ 하고 세상에 나왔다.

남편이 본격적인 출산보조자로 마음을 힘겹게 다지고 들어오던 순간, 케이스에 실려 나가는 퉁퉁 부은 아기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 쟤, 누구야?”

"누구긴! 당신 딸이지”


놀란 표정 속에, 번지는 입가의 미소를 애써 다물던 남편의 모습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아들은 태어날 때는 평범했지만, 영유아검진에서 키성장이 늘 하위 3% 안에 드는 작은 아이였다.

지금은 5%대로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작다. 밥도 잘 먹고 운동도 하지만, ‘더 잘 크는’ 친구들이 더 많다. 그래서 진지하게 성장 주사를 고민하지만 아직은 미루고 있다.


반면 딸은 1월생이라 그런가 또래보다 훌쩍 크다. 1학년 반 여자아이들 중에서는 제일 크고, 오빠와 걷고 있으면 3년차라는 차이감은 없다, 다들 연년생 정도로 본다.


작아서 좀 더 컸으면 하는 아이와, 좀 천천히 자라도 좋겠다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은 그저 자기 속도로 큰다.



태권도와 피구

초등자녀를 둔 엄마에게 태권도 학원은 ‘만능 학원’같다. 체력은 기본, 인성교육까지 챙긴다. 거기다가 주말이면 체험, 숙박, 공연 등 아이들이 혹할만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다.아들은 6살부터 다녔고, 딸도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아들은 태권도장에서 하는 ‘피구’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 피구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벌떡 일어나 “아싸! 피구 있는 날이다!”를 외칠 정도다.


반면에 딸은 공에 맞는 걸 무서워했다. 특히 힘 센 오빠들이 던지는 공이 너무 아파서 피구 날이면 태권도에 가기 싫어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직 무서운 건 맞는데… 많이 무서우면 그냥 공 먼저 맞고 나오면 돼!”

"맞아! 그런 방법도 있었네"

정면승부는 아니지만, 감당해 낼 힘이 없을 때는 '피할 수 있는 용기'를 선택할 수도 있는 훌륭한 딸이다.




아들은 집에서는 티를 잘 안내지만 밖에서는 완전 무대 체질이다. 체육대회 때 막간에 댄스배틀이 열리자 친구들 권유에 나가 막춤을 추었다. 체구는 작은 녀석이 어찌나 열성적이던지! 운동장 끝에서 보는 내 눈에도 거침없이 현란한 춤동작이 보여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보았다. 결국 댄스배틀의 우승 점수를 거머 쥐었다.


딸은 완전 반대다. 밖에서는 내향적이지만, 집에서는 틀어놓은 음악에 맞춰 혼자 춤추기를 즐긴다. 방과후 ‘방송댄스’ 수업도 스스로 신청 해 매일 집에서 빼놓지 않고 연습을 한다. 대신 누가 보면 금세 멈춘다. 무대보다 ‘나만의 무대’가 편한 아이다.



외동엄마의 남매생활 직관기

분명 같은부모 밑에서 나고, 자랐는데 성격도, 성장 속도도, 좋아하는 것도 이렇게 다르다. 아들은 밖에서 빛나고 집에서는 차분하며, 딸은 집에서 빛나고 밖에서는 조심스럽다.

다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자라는 것 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은 분명 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고, 적응하고, 조금씩 단단 해 지고 있다는 것.


아이들을 키우며 매일 느낀다.

부모가 바라는 속도나 모양이 아니라, 아이들만의 리듬과 색으로 크고 있다는 걸. 다르기에 더 재미있고, 다르기에 서로에게 배울 것이 많은 남매. 이 다름이 언젠가 서로의 삶을 더 넓게 만들어 줄 거라 믿는다. 아이들과 함께 엄마도 자란다.


그나저나, 우리집만 그런건 아니겠지?

외동으로 자란 엄마의, 남매생활 직관은 처음이라.




<대문사진 출처 : 언스플래시 Lora-Moore-Kakalet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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