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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벌레 Jun 14. 2024

공들이다

선물

나만의 무대에 오르고 싶다. 글, 도화지, 카메라, 링 위에서 주인공이 되는 사람들처럼.


나를 필요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다. 그 '한 사람'이 믿고, 따르고, 닮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한다는 것만큼 고마운 일이 없었다. 그 순간만이, 그것을 해내는 그 과정만이 내가 채워지는 시간들이었으니까. 나는 나로서 만족할 수 없었으니까.  내 힘과 역량으로는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살던 어느 날, 하나의 생각이 찾아왔다. '내 힘으로 가는 게 힘들어서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사람에게 진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이 길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뿐이었다.


최고의 선물은 내가 그 사람에게 선물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에게 연락하지 않아도, 그에게 많이 묻지 않아도, 그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허튼 생각말고 잘 살아라."라는 말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고마운 순간으로 돌아온다. 가끔은 그 말이 참 야박하기도 하지만, 그 몇 번의 대화 가운데에 표현할 수 없는 그 순간의 감정이 전부다. 그 감정은 슬그머니 내 눈물이 되기도 하고, 감정이 벅차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나로서 선물이 되는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 역량이 없기도 하거니와, 시간과 애를 써야만 100 중에 1이 닿기도 쉽지 않다. 소중한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은 줄어들지 않는다. 왠지 모를 버거움이 압도한 건지 가위에도 며칠 내내 눌리기도 했다. 누가 들으면 그 마음이 되게 예쁜 모양처럼 보이는데? 싶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기쁨보다는 괴로움에 가깝고,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에 가깝다.

내가 서 있는 곳을 직시하게 되고,  할 수 없는 것이 참 많이 없었고, 지금도 많이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들 뿐이기 때문이다.


괴로움을 기꺼이 찾아가는 것만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이다.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하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나를 더 이상 못 견딜 때 그 다음 날 딱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누군가는 그 한 걸음이 하루 만에 될 수도,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너에게 선물이 되고 싶다.  너라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잘 보이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이 시간을 포기할 수 없다.  때로는 불편하게 무리해서 닿는 순간의  선물이 아니라 오롯하게, 지그시 너와 다른 길로 함께 가는 그 시간들이 모두 선물이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진짜 선물이 되는 그 날을 기다린다. 하루하루 공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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