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인연 [01화]
30년 시어머니와 살아가는 이야기
모르는 사람하고 대화하는 경우가 있을 때, 시어머니 얘기를 하게 되면 똑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시어머니하고 함께 사세요? ”
“ 어른을 모시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 대단하시네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리고는 나를 한번 더 쳐다본다.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의 모습은 마음고생 한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인가 보다.
남편과 처음 만난 날
90년 10월 마지막 날? 저녁때쯤 남편하고 맞선을 보게 되었다. 남편이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연수를 갔는데, 행사가 언제 끝날 지를 모르고 , 나는 다음날 시골에 있는 학교로 가버리니 오늘 꼭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친정엄마와 함께 만나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처자의 나이는 절대로 물어보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단다.
서른 살! 꽉 찬 노처녀였으니까.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 입었던 옷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남편을 똑바로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착하고 아이 같은 맑은 느낌, 장남이라고 하기에는 장난기가 있어 보이는 모습. 남편은 나를 기억하기를 얼굴이 예쁘지는 않지만, 손이 예뻤는데 특히 손톱 모양이 예뻤다고 한다. 평소에 본인의 손톱이 마음에 안 들어 내 손톱에 눈길이 갔었나 보다. 그날 친정엄마는 부끄러워서 고개만 숙이고 계셨는데 , 첫선을 보는 남편은 신붓감보다 더 부끄러워하시는 엄마가 재미있었나 보다. 그런데 친정엄마는 그날 사윗감의 잇속까지 모두 보셨다고 나중에 말씀하셨다. 엄마의 눈썰미는 자타공인이시다. 우리는 양가 어머니들이 적극적으로 서둘러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하게 되고 시어머니하고 30년 가까운 인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혼식날 화장
결혼식 당일 시어머니는 얼굴이 불편해 보였다. 감정을 못 속이는 어머니 인지라 얼굴에 표시가 난 거다. 결혼식장에서 기분이 안 좋은 이유인즉 며느리가 예뻐야 하는데 당신 눈에 그렇게 안 보인 거다. 시어머니는 당신 기준에 맞을 때까지 애를 쓰시는 분이다. 내 자식, 내 며느리가 예쁘다는 얘기를 들어야 하고. 남들과 비교해서 지는 것을 싫어하시는 성품이라 더 그러셨을 거라 짐작이 간다. 예식장에 오신 손님들이 신부가 예쁘다는 얘기를 안 했나 보다. 그 당시 유명한 미용실에서 신부 화장을 했는데 다른 사람보다 내 얼굴이 큰 편인데 누운 상태로 화장을 했으니 , 얼마나 얼굴이 커 보였으면 얼굴 옆 섀딩을 진하게 해서 갸름하게 보이게 했다. 얼굴 전체가 어둡고 웨딩드레스 콘셉트에 맞추려고 평상시에는 엄두도 못 내는 쪽 찐 머리를 했으니 평소 얼굴 하고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어 보게 된 것이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 나중에 남편 직장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얼굴 살이 많이 쪘다고 했다. 똑같은데. 아~~~ 웨딩드레스 입었을 때 화장이···ㅠ
어머니는 그 후로 시골 친척분들에게 인사하러 갈 때도 당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도록 했다.
결혼 후 남편의 첫 월급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이 월급을 탄 날 저녁, 월급봉투가 어머니 손에서 우리 손으로 두세 번 정도 왔다 갔다 했다 남편이 설명도 없이 월급을 어머니께 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공부만 하다가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결혼을 해 버려 효도를 못 했으니 월급을 모두 드려야 한다며···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들은 얘기는 우리가 돈을 못 모을 것 같아 돈을 맡기라고 제안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의미로 말씀드리면 자식 걱정을 많이 하시는 편이고, 자식의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시고, 자식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간섭하시는 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30년 시어머니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보련다
30년 가까이 어머니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있었다. 남들 같으면 그냥 지나칠 일들을 가까이 있다 보니 모두 알고 가야 했다. 내가 결혼할 때 어머니 나이가 지금의 나보다 적었다. 살다 보면 좋을 수만은 없지만, 그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어머니가 부족한 나를 보듬고 가는 이야기, 위기를 넘긴 이야기, 현명한 어머니와 살면서 따르게 된 나의 이야기 등 고부간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