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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온유 May 20. 2023

Wer wagt, gewinnt

살아있는 동안.



얼마전 써두었던 일기, 부치지 못한 편지입니다. 


주께로 가까이...




연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도, 창 밖의 온기도 무디게 느껴지는


반복된 일상이 쌓여갑니다.




어제는 특히나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에브라임 자손은 무기를 갖추며 활을 가졌으나 전쟁의 날에 물러갔도다.

그들이 하나님의 언약을 지키지 아니하고 그의 율법 준행을 거절하며

여호와께서 행하신 것과 그들에게 보이신 그의 기이한 일을 잊었도다 (시편 78편 9절-11절)" 




한주간 논문과 씨름한다고 제쳐뒀던


5일간의 통독 분량을 벼락치기로 읽고 나니, 


꼭 이 한 구절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연구실에서 부여받은 각종 장비들, 


지금까지 배우고 익혔던 모든 기술과 지식이 


"결전의 날"에 정작 쓰이지 못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모든 것을 갖추어도, 그것이 하나님 안에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정성스러운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어디든 중요한 서명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펜이었습니다. 손잡이에 제 이름과 함께 새겨진 문구는


"Wer wagt, gewinnt"였습니다. 


대담한 자가 "이긴다"라는 의미였습니다. 




자세한 뜻을 찾아보니,


Nur wer sich etwas traut und ein Wagnis eingeht, hat Aussicht auf Erfolg.


"오직 용기를 내어 모험을 하는 사람만이, 성공의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전투"가 패배할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


손에 넣게된 문구였습니다.


지금 제가 가져야 하는 용기는 무엇일까요.




노트북의 팬만이 돌아가는 적막 속에서,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뮌헨에 오게 하실 때, 또 사는 동안,


저에게 주셨던 은혜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면목없지만, 


시간과 능력치의 압박속에서,


제쳐두었던 묵상과 기도를 다시 우선순위로 세우겠다는


용기를 내어 봅니다.


저 시편의 문구와 반대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언약을 지키고, 


율법을 받아들이며,


하나님께서 행하신 것과


우리에게 보이신 하나님의 놀라운 일들을 매일 떠올리는 것.




새로운 은혜의 기억들을


매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인도하신 하나님이 앞으로도 인도해주실 것을,


그저 담대하게 믿으며 나가고 싶습니다.


비록 한 발 내딛기 어려운 불안 가운데 있을지라도요.


그래보고 싶습니다.




지난 몇 달 간은


인생에 끝이 있다는 것을 체감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마지막 끝에 만날 예수님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님이 정말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끝이 의미를 잃지 않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사는 동안,


다함께,


하나님의 사랑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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