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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Sep 02. 2023

큰 아버님 장례식을 다녀오며

몇 년 전, 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세상에서 우리 시아버님과 가장 많이 닮으셨던 분! 결혼 후 큰 아버님을 처음 뵙고 내가 했던 생각은, '우리 아버님도 저렇게 멋있으셨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이었다.


우리 아버님이 원래 장애가 심하셨던 건 아니다. 약간의 청각장애와 약간의 어눌한 말투, 그게 다였다고 한다. 그런데 스무 살 결혼 후 군대에 세 번을 다녀오면서(이 부분이 몹시 답답하고 속상하다  군대를 다녀왔는데도 또 가고, 또 가고... 나중에는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오셨다고 한다) 거의 죽음에까지 간 상태였다가 회복이 되셨지만, 청각을 완전히 잃으셨고 말씀을 전혀 하실 수 없는 상태로 평생을 사셨다. 그래서 우리는 아버님을 만나면 크레파스를 이용해서 스케치북에 글씨를 쓰면서 대화를 하곤 했다. 아버님은 들으실 수는 없어도 입술 모양으로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으셨다.  아버님과 내가 가장 자주 하던 동작은 '쎄쎄쎄'였다. 놀이를 한 건 아니지만, 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를 보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아버님의 그 선한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청각장애와 심한 수전증으로 평생을 돈 한 푼 벌지 못하시고 요양생활을 하신 분이시지만, 시어머님의 인생을 '한 많은 인생'으로 만든 분이시지만, 난 아버님이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분이셨다. 20여 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난 가슴이 너무나 아파서 한 달을 참 많이도 울었다. 그 모습이 애닲으셨는지 한 달 만에 내 꿈에 나타나셨다. 아버님은 50대의 건장한  모습이셨고, 활짝 웃고 계셨다. 큰 기와집이 보였고, 아주 넓은 대로에 아버님은 서 계셨다. 난 그 꿈을 꾼 후에 눈물을 멈추었다


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또 아버님 생각이 난다. 이번 토요일에 시어머님을 모시고 우리 가족 모두 아버님 산소에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큰 아버님 장지가 바로 아버님 산소 옆이니, 우리는 큰 아버님을 보내드리면서 아버님도 뵙고 오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뜻 한 번 펼치지 못하시고 사셨던 우리 아버님, 하지만 내 남편과 우리 삼 남매의 착한 성품 속에 늘 아버님이 살아계신다. 그래서 늘 감사하다.


"아버님, 저 많이 건강해졌어요. 열심히 잘 살고 있어요.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시죠? 아버님과 가장 많이 닮으셨던 아버님 형님께서도 이제 아버님 계신 그곳으로 떠나셨어요. 두 분,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편히 쉬세요. 제가 아버님 많이 사랑했던 거 아시죠? 저를 많이 이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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