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화야, 너 사라진 거니?

by 채수아

"여보, 1등 하고 와!"


7월 초,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강의를 듣고 왔던 남편이, 두 번째 강의를 들으러 갈 때, 나가는 남편에게 이 말을 하니 남편도 따라서 웃는다. 학생들에게 장난을 잘 치던 내 장난기가 다시 발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불이 가슴을 통해 밖으로 뿜어 나오는 '화병'은 누가 보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다행히 그 대상이 남편으로만 한정되어 있었지만. 평화롭던 분위기가 대책 없이 바뀌면 뿜어내는 나도, 그걸 당하는 남편도 고통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적극적인 화병 치료를 시작했던 것이고, 깊이 있는 긴 상담과 한약으로 조금씩 완화되고 있었다. 그동안은 불이 났을 때 도와주지 않고 도망을 가는 남편으로 인해 내 불은 점점 크게 타올라,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 불이 꺼지는 시간은 보통 며칠이 걸렸고, 심한 경우엔 일주일이 넘은 적도 있었다. 우리가 잘못 살아온 결과였다. 중년에 울화병으로 이렇게 고통받을 줄 알았다면, 대충 덮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내 마음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남편에게 설명을 듣고, 때에 따라서는 사과를 받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훗날 두 사람 모두 고통을 받게 된 것이다.


진심이 느껴지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편 덕분에 내 불은 타오르다가 이내 꺼져버렸다. 그리고 한참을 잠잠했다. 남편이 나를 지극히 사랑했던 일들이 계속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애 시절에 매일 나를 집에 바래다주고, 복도식 아파트였던 우리 집 현관 앞에 선 나를 보고 손을 흔들던 모습, 둘 다 차가 없던 신혼 시절에 손을 꼭 잡고 출근하던 모습, 출근하다 많이 목격했던, 내 차 옆에 주차되어 있던 남편의 차, 결혼기념일이면 도둑이 들어 예물이 없던 아내에게 보냈던 보석과 꽃다발! 남편은 살아오면서 수없이 내게 사랑을 표현했었다. 그런데 내 울화병은 좋은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억울하고 화났던 순간들에 꽂혀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러니 잘 지내는 날에도 내 안에는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고, 남편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안했을 것이다. 우리는 원래 매우 낭만적인 연인이었고, 낭만적인 부부였다. 나도 그렇고 이 사람 또한 자상한 면이 많은 사람이어서 금슬이 좋아 보이는 부부였다. 화병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어떤 날은 이 사람과 남은 생을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은 터널을 나와 밝은 햇살을 쬐고 있는 느낌이다. 다시 또 내 가슴에 불이 붙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옆에 매우 유능한 소방관이 있으니 겁이 나지 않는다. 남편은 내 불을 가장 빨리 끌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니까. 긍정 마인드가 내 안을 꽉 채우고 있다. 감사가 내 안에 흐르고 있다. 이런 내가 감사해서 가슴에 향기로운 바람이 분다. 자꾸 내 안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개구쟁이처럼 자꾸 장난을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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