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카페에 갔다. 음악 소리와 커피 향,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친구! 완벽했다. 행복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친구 얼굴을 보며 종알종알 수다를 떨고 있는데, 근사하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 두 사람이 우리 옆자리에 앉았다.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내 친구 목소리가 그 두 사람의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친구와 나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나 참 기가 막혀서. 그 인간 점점 왜 그런다니? 퇴직하고 집에 있는 거 정말 못 봐주겠어. 그런 사람이 어떻게 대기업 임원으로 일을 했나 싶다.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고, 은행 일 하나 못 보고, 집에 늦게 들어온다고 전화질에, 나 정말 못 살겠다. 아주 목소리도 듣기가 싫다니까. 하도 미워서, 집에 시어머니 오셨길래 일부러 남편에게 큰 소리로 구박하는 소리를 했어. 우리 시어머니 아무 소리도 못하더라.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야. 호호호."
커피 맛이 싹 달아났다. "당신 말야,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냐."그 말이 입에서 맴맴 돌았다. 한숨이 나왔다. 신문에서 읽었던 '우울증을 앓는 퇴직자들'의 이야기가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남편과 그녀의 시어머니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졌다.
에효~~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남편에게 자기가 하는 것처럼 그녀의 며느리가 똑같이 행동하게 될 거라는 걸. 그녀는 그녀의 친구에게 계속 잘난 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가끔 들려오는 사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를 폭행하는 부모가 먼 훗날 그 자식에게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못난 학부형처럼 말이다. 자식은 부모에게 조금씩 물이 드는 것이다. 부모가 했던 것들을 복사해서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하는 존재들이 바로 자식이다. 그래서 부모 노릇이 가장 무서운 거라는 말씀을 선조들이 하신 거였다
실컷 떠들던 두 여자가 나갔다. 나와 친구는 서로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우리의 깊은 대화를 다시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