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언니

by 채수아

대학생이 되어 처음 본 교내 연극에서 터프한 남자 역할을 했던, 카리스마 장난 아니었던 K 언니! 난 그 언니를 멀리서만 바라볼 뿐 다가서지 못했다. 연극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품고도 연극부에 들어가지 못한 내게, 그 언니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감히 말을 걸 수 없었던 그 언니와 내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생겼다. 그때는 수원에서 시골 학교로 발령을 받은 선생님들이 주변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언니는 내 첫 발령 학교 근처 학교의 교사여서 우리는 매일 봉고차에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언니는 내가 안 본 사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첫 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다. 순하디 순한, 그림을 잘 그린다던 선생님과.


그 두 사람을 묶어 놓은 것은 첫 발령 학교의 동네 사람들이란다. 좋아한다는 소문이 먼저 났고 그 두 사람은 정말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난 사랑에 빠진 그 언니가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 카리스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언니의 눈빛에는 부끄러움과 따스함이 배어있었다. 언니의 말투도 얼마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웠던지. 사랑을 하면 사람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걸 난 처음 알았다. 내가 수원으로 전근을 오면서 언니와 헤어졌고, 우리는 페이스북에서 27년 만에 다시 만났다. 내가 페이스북에 ‘정년퇴임을 하시던 아버지에 대한 글’을 올린 후였다.


“혹시 너?”


언니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면서 언니의 담벼락에서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았다. 사랑스럽고 다정한 부부의 모습이었다. 역시 사랑도 멋있게 할 줄 아는 K 언니다. 멋있는 사람은 뭘 해도 멋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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