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막장이라며 절대 보지 않겠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소설이 삶이고, 삶이 소설이다'라는 말처럼 그 안의 여러 상황과 설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난 교사로 살았던 사람이어서 늘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며칠 전에는 산책길에,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 아이를 보고 나는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다. 괜찮냐고 묻고,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떨어진 시계를 주워서 그 아이에게 건네준 다음에 나는 내 갈 길을 갔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준영이는 부모의 심각한 갈등 상황을 목격하면서 변하고 있었다. 분노의 눈빛, 비딱한 말투, 물건을 훔치는 습관적인 비행까지, 보는 사람들을 몹시 안타깝게 했다. 준영이를 볼 때마다 나는 잊지 못할 한 제자가 떠올랐다. 그 아이는 성실하고 온순했으며 자주 미소를 짓는 아이였다. 담임교사인 나도, 친구들도 그 아이를 좋아했다.
어느 날, 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컴퓨터실에서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온 후 몇 분이 지났을까, 그다음 수업을 할 교사가 씩씩거리며 나를 찾아왔다. 이유인즉 순, 누군가가 한 컴퓨터에 소변을 누고 왔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왔다. 다행히 목격자가 나타나서 아이를 찾을 수 있었고, 비공개적으로 아이와 상담을 했으나 아이는 자기 행동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할 수 없이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청했고, 난 아이 엄마에게서 깊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선생님, 사실은 요즘 매일 부부 싸움을 심하게 했어요. 이혼이라는 단어도 자주 썼고요. 상황을 모두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심각한 위기 상황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줄 몰랐습니다.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잘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얼마 후에 새 학년이 되었고, 그 아이는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다. 그 부모가 이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아이로 인해 부부갈등이 아이를 얼마나 심각하게 망가뜨리는지 깨달았다.
며칠 전, 스승의 날에 연락을 해온 제자에게 많이 속상하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는 중학생이었고, 심한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무조건 잘해주고, 잔소리를 줄이고, 부부가 사이좋게 지내야 아이가 안정감을 갖는다는 말을 해주었다. 제자는 알았다고,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 문제 아이는 없다'라고 유명한 교육학자가 말했다고 한다. 드라마의 남편 태오의 아버지도 태오가 어릴 때 가출하여 평생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가 보여준 많은 행동들이 자녀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되었다는 건, 어찌 보면 가장 큰 숙제를 안고 사는 것일 게다. 한순간의 모습이 아닌, 자기의 삶을 몽땅 보여주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