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에 관한 책을 몇 권 쓰신 김승호 님의 글에서 보면, '공익'을 해치는 사람이 가장 운이 나빠진다고 했다. 회사에서 다 같이 쓰는 물건을, 돈 좀 아낀다고 솔쩍슬쩍 집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보면 '분리수거'도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누가 안 본다고 대충 아무렇게 내다 버릴 때, 그 관련된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로 인해 몇 배의 피곤한 작업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공중화장실 사용법이라든지, 아무 데나 휴지를 버리는 행위 등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은 굉장히 많다.
또한 내가 하는 언행이나 결정으로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지, 피해를 주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영향력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내 가족인가, 내가 사는 동네인가, 내가 관리하는 회사인가, 내 지역구인가, 하나의 도시인가, 더 나아가 국가인가!
내가 교사로 근무할 때, 만났던 학급 회장의 이야기이다. 그 아이는 공부 1등에, 잘 생긴 외모에, 가정환경이 매우 좋은 아이였다. 성격도 좋아 그야말로 반 아이들 모두 그 아이를 좋아했다. 회장 투표를 하기 전에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 아이가 뽑힐 거라는 걸.
문제는 당선된 지 한 달 정도가 지난 후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모범 답안지 같았던 그 아이가, 공부 못하고 힘이 약한 한 남자아이를 지능적으로 괴롭히고 있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알리면 더 큰 보복이 있을 거라는 걸 세뇌시키고 또 시켰는지, 우리는 까마득히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상하게 어두운 표정, 아무 의욕이 없는 절망이 그 아이 표정에 나타났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정도가 점점 심각해졌다.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학년이 바뀌고 나서 아이의 말수가 줄어서 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아무도 눈치를 못 채도록,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돌아간 이후에 교실로 오라고 아이와 비밀 약속을 했다. 기가 팍 죽어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를 보니 가슴이 저렸다.
"선생님에게 말해줄 수 있니?"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떨구더니 마침내는 통곡을 하며 울었다. 참 멋지다고 생각했던 회장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괴롭힘을 함께 지켜보는 몇 명의 아이들이 더 있다고도 했다. 그 아이들은 '00 부장'이라고 뽑힌 남자아이들이었다. 학급을 위해 봉사하라고 뽑아준 아이들이 힘없는 한 아이를 그렇게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우는 아이 앞에서 함께 울었다. 미안하다고, 선생님을 믿으라고 하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이를 돌려보낸 후 깊은 생각을 했고, 생각대로 밀고 나갔고, 아이의 표정은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참 힘든 일이었지만, 난 용기를 냈고, 더욱 강해졌으며, 내가 교사라는 사실을 계속 내게 각인시켰다.
그 아이들은 나를 기억할까? 잘 살고 있을까? 지금은 누군가의 아빠로 살고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