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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Nov 20. 2022

서운한 마음을 줄이려면

"나, 서운한 게 있어."


내가 말했다.


"서운할 걸 어떻게 다 표현하고 살아?"


그녀가 말했다.






싫어도 서운해도 속으로 삭이던 내가, 정말 오랜만에 서운하다고 말했더니, 상대방은 이렇게 반응했다.


내가 그녀에게 주었던 많은 시간과 정성과 물질이, 그 순간 내 뇌리를 스쳐갔다. 어쨌든 균형 잡힌 인간관계가 아니었다. 그 이후에도 우리 두 사람은 그런 관계를 유지하다가 그녀의 반복되는, 습관적 거짓말에 한계를 느껴 거리 두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마구 퍼주던 사람이었다. 모시고 살던 시어머님이 "넌 남 주는 게 그렇게 좋으냐?"라고 하시면서도 화를 내시지 않은 건, 당신 자식들에게도 똑같이 그랬기 때문이었다. 내가 지인들에게 많은 분량의 선물을 받으면, 나는 습관적으로 3등분을 했다. 그러면 어머님은 신이 나셔서, 그걸 들고 큰아들 집과 딸 집으로 향하곤 하셨다.


그런 일을 겪은 후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뭐가 문제였는지 내 살아가는 모습을 밖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옳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 바로 표현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오랜 나의 습관이 있었다. 되도록 봐주려 하고, 되도록 이해하려 했다. 직업이 초등교사였던 나는, 학생들이 그랬을 때는 조용히 불러 행동을 고치도록 잘 설명했지만, 어른을 대할 때는 그러지 못했다. 그런 내 습관은 상대방의 안 좋은 행동이 계속 반복되거나 심해지는 쪽으로 갔을 거고, 난 나도 모르게 속상함이 쌓여갔을 것이다. 조화로운 인간관계와 조화로운 삶!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이루며 산다는 건 쉽지 않다.


나는 마음이 매우 고단하여 명상 센터를 다닌 적이 있다. 힘들었던 오랜 시집살이며 학교에서의 큼직한 업무들이, 모두 내가 끌어들인 거라고 설명하시는 원장님의 설명에 나는 꽤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자기 스타일이 자기 인생을 만든다고 하셨다. 그러기에 남 탓할 게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도인이 아닌 이상 늘 여여하게 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그런 삶을 지향하며 자기 성찰을 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되도록 나의 시간이 '사랑과 행복과 평화'로 채워져야 하지 않겠는가!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이라는 말도 있는데, 남을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서운해하는 시간은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사는 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딱딱하게 굳어진 스스로의 악습은 조금씩 깨어내면서 말이다. 자기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역할을 하고, 주었다는 마음조차 없는 저 나무처럼, 저 구름처럼, 저 들꽃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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