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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for Feb 23. 2017

시선의 폭력성

그 많던 자존감을 누가 다 먹어버렸나.

기숙사 생활을 한 것도 벌써 7년차. 의도치 않았지만 '나만의 공간'을 잃어버린 지가 7년이나 되어버렸다. 혼자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자취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지쳐갔다. 아무리 좋은 룸메이트를 만나고, 좋은 책상과 좋은 침대가 있다해도 혼자만의 공간이 없다는 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나는 한 순간도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선이라는 건 다분히 폭력적 성향을 띄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나는 그들에게 종속되었고, 그들의 상식 범주 안에서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상식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엄격하고 편협했고, 나의 일상은 그 작은 틀 속에 갇히게 되었다. 인간은 원래 자기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한 존재다. 나의 작은 일상이 그들의 기대에서 벗어나면 나는 수많은 시선의 매질을 당해야 했다. 수면의 시간부터, 식사, 세탁, 학습 태도 등 모든 사사로운 영역에서 말이다.


수 없이 많은 시선의 매질을 당하면서, 나는 스스로를 검열하기 시작했다. 사회의 기준과 그들의 상식이 원하는 대로 나를 맞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내 삶은 타인에 의해 저울질 되었고, 내 자존감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기숙사 침대 앞에 작은 커텐을 달았다. 더 이상 스스로를 끊임없는 시선 속에 내버려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커텐으로 가려진 작은 침대 안에서 나는 이런 저런 자세들로 누워보았다.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들의 시선이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의 시선을 보지 않기로 했다. 어쩌면 나를 괴롭게 했던 것은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던 내 시선이었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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