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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법

How to be an Entrepreneur

by 글쓰는 유진 Nov 25. 2022

창업을 꿈꾸는 KAIST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참가를, 나아가서 수상을 꿈꿔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KAIST의 학생창업경진대회 'E*5 KAIST'다. 2012년부터 시작되어 무려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KAIST의 대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며, 지금까지 약 320팀(총 참가인원 1,200명) 정도가 참여했다. Series B 규모의 클라썸, 에이슬립 등 여러 유망한 스타트업이 이 대회를 거쳤다. 카카오 벤처스, 블루포인트, 퓨처플레이, 본엔젤스. 뮤렉스 파트너스, 패스트 벤처스, 소풍 벤처스 등 여러 탑티어 VC의 대표/부대표/파트너분들이 멘토로 참여하여 참가팀의 빠르고 성공적인 창업을 지원한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2년째 메인으로 담당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하며 2년간 총 4번의 대회를 진행했고, 72팀과 만났으며, 300명이 넘는 예비창업가를 만났다. 오늘은 카이스트의 대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말해보겠다.



자, 이 3가지 미션을 끝내면 스타트업 대표가 됩니다



E*5 KAIST 프로그램은 KAIST 재학생 1인을 포함한다면, 외부인도 지원 가능한 교내 학생창업경진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총 세 가지 미션으로 진행된다. Business Model을 수립하는 1차 미션, 시장검증과 고객 개발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Customer Discovery, 3차 미션은 이 모든 것들을 overview 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Pitch Deck 미션이다. 서류평가를 통해 25팀이 선발되고, 1차 미션을 통해 18팀, 2차 미션을 통해 12팀이 선발되어 최종 미션에 참가하는 'E*5 KAIST Finalist'가 된다. 약 3달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Pitch Deck' 미션이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투자자들 앞에서 데모데이 형식의 발표를 진행하는 미션인데, 이 미션을 통해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고 실제로 투자 검토도 이루어진다. 먼저 투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업계획서 작성방법을 배우고, 한 달간 자신의 전담 멘토에게 사업계획서와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그리고 데모데이 무대에 서서 약 7분간 본인의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투자자들의 질의응답을 받는다. 처음 1차 미션을 진행할 때만 해도 푸릇푸릇한 대학생 느낌이 나던 참가자들은 3개월 사이에 그럴듯한 스타트업 대표의 모습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 자신만의 아이템을 들고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하고 사람들에게 사업계획을 발표한다. 온라인으로 악 1,000명 이상이 이 데모데이를 참관하며, 평가위원은 기존 멘토와 초빙 평가위원까지 총 12인 내외이다.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고 성공한 창업가가 되는 것도, 상을 타지 못한다고 창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 대회를 통해 창업 생태계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비즈니스 모델 수립부터 고객 개발/시장검증, 사업계획서 작성까지 끝마치고 나면 수상을 하지 않더라도 많은 것을 얻은 채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다.




체험판 스타트업 대표가 끝나고 난 뒤에는


세 달간의 ‘스타트업 대표’ 체험이 끝난 이후에는 두 가지의 타입들로 나뉜다. 대회 기간 내에 열심히 사업을 준비하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다시 촉망받는 카이스트 학생으로 돌아가거나, 이 대회를 통해 진짜 창업가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 이후 다른 창업경진대회에 참여하여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거나 이후 만들어진 사업 아이템을 토대로 Seed 단계 투자를 받아 인력을 채용하여 팀을 빌딩 하고 PoC를 만들며 실제 사업화를 이어나간다. 혹은 아이템 피봇을 통해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최소 6개월 안에 이루어 내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2021년 봄에 E*5 KAIST에 참가해 현재 제품 출시까지 완료하였고, 성공적으로 창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A팀이 있다. A팀은 E*5 KAIST에 참가할 당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을 꿈꾸고 있었다. 창업을 처음 도전했던 해당 대회에서 팀의 멘토를 만나 사업 방향성을 지도받았으며 아이템을 다른 방향으로 피봇 하고 팀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비하였고 결국 우수팀에 선정된 팀이다. 해당 팀은 3월에 팀을 빌딩 하고 4월에 아이템을 피봇 하였으며 5월에는 최종 IR Deck을 만들어 6월에 데모데이에서 수많은 투자사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두 달이 지난 8월, 법인을 설립하였으며 이후 10월 TIPS에 선정되었다. 얼핏 보기에도 말도 안 되는 일정처럼 보인다. 아마 사업계획을 발표할 때 이런 식의 마일스톤을 설정한다면 모두가 믿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태어난 듯한 뛰어난 CEO, 연구적으로도 사업적으로 우수한 공동 창업자들이 있었기에 함께 그 일을 이루어냈다.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 연간의 시간을 제품 출시에 매달렸고(이 와중에 학업과 병행했다), 결국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내는 것을 직접 보며 왠지 모를 경외감이 들었다. 열심히 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 팀은 열심히 하는 것과 더불어 뛰어난 연구성과까지 있는 팀이었다. 그런 팀이니 잘 되지 않을리가 없었던 것이다.




“위대한 일을 해내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하는 그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다. 애정과 확신을 기반으로 자신의 창업아이템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빠르게 성장하는 창업팀을 바라보며 늘 이 명언이 떠오른다. 그리고 언젠가 해낼 위대한 일을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창업팀을 온 마음을 담아 오늘도 응원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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