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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부부의 가계부 쓰는 날, 매월 25일

흐르는 것을 붙잡기 위한 헌신

by 아코더 Nov 26. 2020



신입사원 때 첫 급여를 받고 부모님께 두둑히 용돈을 드렸다. 그 다음달부터 였을까. 그때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가계부 유목민이 되어 이 가계부, 저 가계부를 기웃거렸다. 여러가지 가계부 셀프 베타 체험을 3개월 정도 하고나서 네이버가계부로 정착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부터 였으니 네이버가계부를 쓴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없어지지 않고 계속 있어줘서 참 고맙다. 웹상에 남기는 디지털 기록이라 해커의 공격이나 사업상의 이유로 서비스가 종료되는 등의 변수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별 이상 없이 10년동안 굳건히 급여라이프 기록을 책임져 주었으니 네이버 가계부 팀에 감사할 따름이다.



6년의 싱글 라이프를 끝으로 결혼을 했다. 우리집 기획재정부 장관은 ‘남편과 나’ 중에서 내가 되었다. 결혼 전부터 가계부를 써서 가계부 툴 사용은 익숙했지만 싱글이 아닌 부부의 가계부를 관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년간의 노력 끝에 터득한 우리집 가계부 작성 루틴을 간단히 소개한다.





먼저 남편과 나는 일정금액의 용돈을 정했다. 남편은 남편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통신비, 교통비, 기타 공과금과 세금, 보험료와 용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내 통장에 입금해 준다. 여기서 그냥 입금만 하지 않는다. 고맙게도 남편은 ‘급여가 얼마이며, 이 중 얼마를 썼으니 얼마를 주겠음.’ 이라고 표로 정리한다. 그 파일을 ‘정산’ 이라는 제목의 엑셀파일로 관리하고 나에게 공유해준다. 그러면 나는 ‘정산’ 파일의 내용을 가계부에 남긴다. 은행에서 내 계좌로부터 저축할 돈, 보험료, 아파트관리비 등을 퍼가면 이 또한 네이버가계부에 기록한다.



사실 쉽지 않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깜빡 놓치기라도 하면 가계부 홈페이지를 띄워놓고 카드명세서를 뒤적이며 2시간 이상 벌서는 것은 기본이다. 그나마도 숫자 계산을 좋아하는지라 즐기면서 하는 편이다. 직업적 성격 탓인지 최대한 금액을 맞추려고 갖은 애를 다 쓴다.



흐르는 시간처럼 돈도 흐른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기 위한 기록이 일기장이라면, 흐르는 돈을 붙잡기 위한 기록은 가계부다. 지출과 저축을 점검하며 돈이 어디로 얼마나 흘러다니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로운 습관이다. 네이버블로그는 엑셀로 저장해 주는 기능과 스마트폰이 연동된다는 파워풀한 2가지 기능이 있다. 잠깐 잠깐의 기록이 스마트폰으로 가능하고, 큰 그림을 보기에 엑셀저장이 가능한 점을 적극 활용해 보면 어떨까 추천한다.


가계부를 웹상으로 쓰기로 결심한 분들에게 네이버가계부를 추천한다. 입맛에 맞게 필요한 부분만 추려 엑셀로 쓰는 방법도 있다. 가계부 기록을 보관하는 엑셀 파일 관리만 잘 된다면 엑셀이 가장 좋지만 기록 관리를 위해서 웹사이트에서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네이버가계부 이외에도 편한 가계부, 똑똑 가계부 등 다양하니 디자인이나 인터페이스, 구성, 연간 지출 통계 등을 개인의 기준에 맞춰 선택해 보기를 추천한다. 네이버 가계부는 아쉽게도 아이폰 유저는 사용이 불가하다.


네이버 가계부를 추천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남’의 가계부 기록을 통해 배운다. 가계부 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도 주변에 가계부를 쓰는 사람이 몇 없었다. 가계부를 어떻게 쓰는지 공유하며 지혜를 얻는 방법을 찾았다. 네이버가계부는 월말 정산을 공유하는 ‘월결산 이야기’ 라는 게시판을 제공한다. 4인 가족 외벌이, 맞벌이 신혼부부, 독거 노총각 등 각기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계부를 통해 볼 수 있다. 남들이 어떤 방식, 어떤 구성으로 가계부를 쓰는지 사용 방법을 엿볼 수 있고 유행하는 금융상품이나 소비 패턴도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가계부 기록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이 되니 1석2조 그 이상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둘째, ‘나’의 가계부 기록을 통해 배운다. 가계부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한 마디로 가계부 기록을 통해 세상 물정을 알 수 있다. 가령 쌀 10kg를 사도 얼마나 자주 사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 선에서 사는지 파악 할 수 있다. 2인 가구인 우리집은 3~4개월에 한번씩 10kg씩 쌀을 산다. 쌀 가격은 대략 3만원 내외인데 쌀을 20kg 이 더 저렴한데도 쌀을 사지 않는 이유는 공간비용 때문이다. 물건을 쟁이는데 필요한 공간을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패턴을 기른다. 1년간 가계부를 쓰면 전체적인 수입과 지출에 대한 파악이 한눈에 가능하다.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 마침내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매품 : 마트일기


시간 관리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돈도 잘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누구도 나 대신 나만큼 꼼꼼히 가계부를 써줄 수 없다. 지출하는 그 순간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노력으로 가계부 기록 습관을 시작해 보자. 명품 가방을 사려는 데 집중하기 보다 먼저 명품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명품 습관인 가계부 기록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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