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을 7년 반 다니다가 재작년 이직에 '성공' 했다. 첫 직장은 '친정'이라고 한다. '친정' 사람들과의 정을 생각해 '이직했다'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남편과 같은 팀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기에 이직에 ‘성공’했다라고 표현해 보았다. 아무튼, 입사 후 7년 5개월 만에 졸업을 앞둔 막 학기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썼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이력서에는 그간 수행한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기간을 적어야 한다. 이직을 할 때 입사지원서는 '이력'이 핵심이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두드러지는 역량은 무엇인지 가능한 화려하게 써야 한다.
본인 경력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것과 정확한 날짜와 프로젝트 개요를 한 곳에 기록해 두는 건 차이가 있다. 전 직장에서 각자 개인 이력 관리를 위해 영문이력서를 쓰고 해마다 업데이트 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다행히 꼬박꼬박 업데이트 해 둔 이력서 워드 파일은 경력직으로 다시 이력서를 써야 할 때 든든한 비서 역할을 했다.
아웃룩 메일함에 저장된 기록들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 빛을 발하므로 메일함 관리를 잘해야 한다. 특히 보낸 편지함에 저장한 직접 쓴 아웃풋들이 맹활약 한다. 메일 제목만 봐도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평소에 메일 내용만큼이나 메일 제목을 잘 쓰면 좋다. 잘 쓴 메일에는 다시 찾아 보기 좋게 중요 표시 플래그를 달아두는 건 필수. 일 잘한다는 사람으로 평가 받는 건 물론이요. 이직할 때 자기소개서에 쓸 만한 글감이 된다.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자기소개서를 쓰겠다고 머리를 굴리는 동안 7년이라는 짧은 세월이 빨리감기한 영화처럼 스쳐간다. 동고동락했던 회사동료들과 야근밥을 먹으며 고생했던 시절을 길어 올린다. 과도한 MSG는 금물. 서류를 통과하고 나면 면접 때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한 예리한 질문을 받을 소지가 크므로 진실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서류를 낼 때는 최종 합격 발표일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면접을 보고 나서 최종 발표가 날 때 까지는 하루가 10년 같았던 이직 레이스였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며 커리어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업무 기록 왜 해야하나요
깊은 내면을 보자면 사실은 불안해서 시작했다. 경력직 이직러가 되면서는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기록은 곧 자기계발이다. 머리를 쥐어짜는 창작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수집과 요약, 개인 이력 관리가 곧 하나하나의 기록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관리는 기본이요. A부터 Z까지 내가 직접 쓴 업무 매뉴얼이나 공들여 쓴 전문가 느낌 물씬 나는 이메일 같은 아웃풋 관리는 필수다. 나아가 업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노하우나 회사 인간관계 대처법 아니면 라떼향 물씬 나는 개똥철학 같은 것 까지. 기록을 야금야금 남기기로 했다. 회사에서 흘러간 시간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해 둔다면 언제 어떤 기회가 와도 써먹을 수 있는 무기가 되지 않을까.
나보다 먼저 이직한 직장 동기가 '이직하면 전쟁터야.'라는 말을 했다. 마음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쟁터라는 얘기였다. 객관적인 자기 평가, 커리어 관리와 계발이 긴요하다. 회사에서 KPI를 정하거나 연중, 연말 혹은 분기별로 하는 자가 진단 평가를 쓸 때에도 최대한 성실하게 작성하자. 언제 퇴사해도 꿀리지 않을,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적응 할 수 있도록 직업인의 자세를 갖는 것이다.
이직을 하고 나서 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춰야 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갖게 됐다. 메이저리그로 간 우리나라 국가대표급 야구선수들을 보면 저런 사람들도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데 나는 그저 월급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월급쟁이가 아닌지. 대단한 경력을 가진 프로라고 해 놓고 계약기간 동안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며 훈련을 게을리하는 선수와 다를바 없다.
업무 기록 무엇을 어떻게 하나요?
월급루팡이 아닌 일잘러로 거듭나기 위해 온라인 세상에 업무 관련 개인 도서관을 지어보자. 업무 관련 개인적인 기록을 위한 툴로 단연 '노션'을 추천한다. 노션은 어디서든 접근 가능하다는 것이 특장점이고 노션을 통해 업무 기록 습관을 기른다면 자존감 상승은 물론 업무에 있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나는 노션에 'CAREER'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업무일지를 적고 오늘 배운 점, 느낀 점, 잘못한 점, 노하우를 분류해 기록한다. 날짜별로 혹은 주제별로 분류해 업무 관련 서재를 온라인에 만드는 것이다.
일기 쓰기도 귀찮은데 '업무일지' 라니요?
성실하게 기록하는 습관은 내 분야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도록 스스로 진입장벽을 높이는 몸값 올리기의 지름길이요. 내공을 중무장한 한 권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상사와의 트러블이 있었을 때 지혜롭게 대처한 이야기 같은 것도 적어둔다. 어차피 나만 보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유롭다. 내 노션 페이지에 들어간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언제 부터 언제까지 그 일을 했는가? (정확한 날짜)
2. 프로젝트 개요 (1분 정도 간단히 설명할 만큼의 분량)
3. 루틴한 일과
4. 직무 관련 자료가 정리된 웹사이트
5. 업무 관련 최신 동향을 볼 수 있는 뉴스나 매거진
6. 해외 블로그 스크랩 (직무와 관련해 구글 검색을 추천)
7. 업무 지식에 대한 해외 칼럼이나 논문 요약
직업이 뭐냐고 물을 때...
무심코 직장인이라 답한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나만의 것으로 포장하고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쌓아둔 기록은 직장인을 직업인이 되게 해 준다. 뻔한 말 같지만 평생 직업은 있어도 평생 직장은 없다.
장(場) 이 아닌 업(業). 직장인과 직업인은 한 끗 차이이며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다.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기 전 회사 문을 당당히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자신있는 직업인. 좀 멋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