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포트폴리오 '기록'으로 이룬 역대급 '기록'

포트폴리오 경진대회 대상이 주는 의미

by 아코더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일단 기록하면 비범해진다."
<매일 모으는 성공의 조각, 메모의 힘>의 유근용



기록의 사전적 의미는 ‘쓰다’와 동의어 이기도 있지만 주로 ‘역대급’ 이라는 수식을 받아 쓰이는 아래의 뜻도 있다.

기록 : 운동 경기 따위에서 세운 성적이나 결과를 수치로 나타냄.
특히, 그 성적이나 결과의 가장 높은 수준을 이른다.


20대 때 나의 ‘역대급 기록’은 포트폴리오 경진대회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공과대학 3,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교내 포트폴리오 경진대회가 열렸다. 1학년 때부터 캠퍼스 안밖을 기웃대며 한 활동과 전공 과목 레포트나 교양 과목 과제 (심지어 교양 글쓰기 숙제 같은 것) 등을 한데 모은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제출했다. 대학교 3년간의 시간을 A4 3공 클리어 파일에 담은 한 권의 포트폴리오였다.




신입생 때부터 학부 성적표와 토익 성적표, 화학실험 보고서, 설계실습 레포트를 버리지 않고 클리어 속지 보관했다. 운이 좋게 2학년 때 고분자 실험실에 들어가 학부연구생으로 지내면서 스물한 살 여대생인 나는 뷰티 카탈로그 보다 분사노즐이나 반응용기 따위가 그려진 카탈로그에 익숙했다. 그 때 보고 고민한 카탈로그, 교수님과 대학원생 선배들의 연구를 도우며 만든 학회 논문 발표 자료, 실험 과정 기록 및 결과 보고서 들도 차곡차곡 넣었다. 뿐만 아니라 대외활동 사진과 영상이 담긴 CD 그리고 문화생활을 하고 나서 티켓을 붙여 간단한 감상평을 적어 하루를 한 페이지에 담았다. 공순이의 하루 하루를 엮은 포트폴리오는 두툼한 클리어 파일 2권으로 완성 되었다.


대학생활 중 가장 바쁘다는 3학년, 벚꽃이 질 무렵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다. 아무래도 4학년 선배들이 1년이라는 시간만큼 기록이 더 많기에 포트폴리오 경진대회 입상은 불리할거라 예상했지만, 이왕 낸 김에 장려상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상자 발표날을 기다렸다.




제출한지 한 달쯤 후에 공과대학 사이트 공지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2010년 공과대학 포트폴리오 경진대회 수상자 발표’ 라는 제목의 공지였다. 놀랍게도 공과대학 포트폴리오 경진대회 ‘대상’ 수상자에 제출 당시 3학년인 내 이름이 올랐다. 총장상과 부상으로 50만원을 받았다. ‘기록’으로 빛났던 대학 시절을 담은 사진 한 장을 뽑으라면 총장상을 받은 그 날 찍은 사진을 꼽겠다.



연말 시상식에서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어떤 연예인이 상을 받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주는 상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라는 멘트를 했다. 마치 그런 기분이었다. ‘앞으로 더 부지런히 졸업해서도 인생 포트폴리오를 남기며 살아가라고 주는 상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라고 말이다. 상장과 상금의 달콤함을 느끼면서 ‘기록을 쌓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껏해야 교내에서 하는 작은 대회였고 상금도 아주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3년간 성실히 기록한 땀방울을 인정 받는 기분이었다. 포트폴리오 경진대회 대상은 순간의 기록을 헛투루 보내지 않고 애써 정리해 온 대학 시절의 보상이었다.

대학시절에 ‘역대급 기록’을 만들어 준 상장 한 장과 부상은 어쩌면 ‘기록’이 ‘기록’을 만든다는 걸 깨닫게 해 준 그 이상의 가치가 아니었을까.



실패를 경험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질 때 대상 받았던 그 포트폴리오를 꺼내 보며 다시 딛고 일어설 힘을 낸다. 대학시절 쌓은 포트폴리오를 한장 한장 넘기며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토닥인다.

기록은 오크통에 담긴 와인처럼 시간이 갈 수록 가치가 있다. 와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느 시점에서 먹어야 가장 달콤한 때가 있다. 3학년인 내가 포트폴리오 대상을 받게 된 것도 기승전결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3년간 응축되고 정리된 포트폴리오이었기에 가장 감칠맛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언젠가 ‘기록’이 만든 ‘역대급 기록’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도 살아낸 흔적을 또 한 권의 포트폴리오에 담는다.




2년 전에 쓴 관련 글

https://m.blog.naver.com/smilesakim/22147251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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