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라고 아이들이 노래하는‘보물’이라는 곡을 좋아한다. 요즘 시대에 이 노래를 개사하면 어떨까?
‘유튜브 영상 보기, 인스타그램 피드 보기, 웹툰 보기, 오디오북, 팟캐스트 듣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모든 콘텐츠를 향유하기에 하루 24시간은 너무나 짧다. 우리가 인풋 하는 모든 콘텐츠들은 누군가의 아웃풋이다. 인풋을 하다 보니 나도 무언가 남기고 싶다. 삶의 경험과 내 안에서 나온 생각의 조각들을 엮어 아웃풋으로 만들어 내고 싶다. 성실한 기록쟁이들은 그들의 경험을 빚어 세상에 펼쳐 보인다.
7분짜리 영상을 만들기 위해 3시간 넘게 컷 편집과 자막 편집을 하는 노력으로 유튜브 영상 1편을 남겨 업로드했다. 읽는 데 3분도 안 걸리는 글을 1시간 이상 낑낑 거리며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지속하는 삶을 위해 인스타그램에 꾸준하게 사진도 올렸다. 그럼 그다음은 어떤 형태의 기록일까.
가보지 않은 기록의 길, 바로 녹음이다. 같은 내용의 정보를 출력할 때 소리가 타자보다 빠르다. 지하철로 이동할 때 책 대신 오디오북을 듣는 시간이 늘었다. 때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글을 써야 할 때는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자동으로 활자를 입력한다.
중학교 시절 방송반이었던 친구들을 선생님들은 ‘송반이’ 라 불렀다. 나도 '송반이' 중 하나였다. 나는 방송부에서 아나운서를 맡았고 매일 아침 7시 반에 등교해 아침 방송을 준비했다. ‘명상의 시간, 2006년 12월 6일 월요일, 첫 곡은 유키 구라모토의 Rain입니다.’ 따위의 아침 방송 멘트를 찌끄리며 마이크 볼륨을 내리고 오디오 볼륨을 올린 뒤 마이크를 껐다. 그러면 종종 오글거려 광대가 승천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유년 시절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다.
엄마의 영향으로 나는 어린 시절 라디오를 많이 들었다. 엄마는 늘 라디오를 머리맡에 두고 CBS나 극동 방송을 들으셨다. 자기 전부터 새벽 늦게 까지 라디오가 켜 있었다. 지금도 오래된 라디오를 머리맡에 두고 주무신다. 그래서 나도 몇 번 라디오를 들었는데 그중 가장 좋아한 방송은 정지영의 스윗 뮤직 박스이다. 정지영 님은 어찌나 목소리가 좋으신지 잠이 들려고 하면 정지영 님의 목소리가 귀에 꽂혀 잠이 들지 않고 오히려 눈이 말똥 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되어서 내 목소리는 어떨까. 내 목소리도 기록으로 남긴다면 뭔가 멋들어진 아웃풋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허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우쿨렐레 연주 영상을 녹화할 때 가끔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내 목소리의 음파가 고막을 거쳐 달팽이관을 때릴 때 모발이 바짝 서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오글거림을 느꼈다.
음성 기록은 아직도 큰 도전이다. 하지만 이 낯설고 오글거리는 것도 몇 번 시도해 보면 익숙해지고 괜찮아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 글이 책으로 완성되면 나의 낭랑한 목소리로 남기고 싶다. 긴장되지만 내 글이 한 편의 오디오북이 될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