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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단 Apr 21. 2022

코로나 확진 자가격리 (7일 차)

이제 움직여야겠다

일주일이 금방 간 것 같다. 처음 걱정했던 것보다 격리 기간을 잘 보낸 것 같아 감사하다. 어제 남편과 아들이 확진이 되자 나의 특별휴가는 하루를 남겨두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남편과 아들이 격리가 되면서 두 사람을 케어하고, 학교를 다니는 딸을 챙겨야 한다는 모성애가 급 작동하기 시작했다. 


내 컨디션은 아주 간간히 나오는 기침 정도이고 목의 통증은 거의 다 사라졌다. 정말 다행이다. 남편은 아직까지 특별한 증상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들이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한다. 나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아들도 이 시기를 잘 보내리라 믿는다.  


딸이 다음 주 월요일 중간고사 첫날 생일인데 그날은 생파를 하기 어려워서 주말에 가족이 함께 축하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는 모두 모여 축하해주기 어려울 듯해 내가 대표로 해주려고 한다. 현재 딸도 격리 중이다. 우리 집에서 정상인으로 유일하기에 지켜줘야 하는 것도 있고, 담주에 시험도 있어서 조심조심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자동으로 내 공간은 거실이 됐다.


오늘 두 남자의 격리 첫날 경험 중 고민되는 게 하나 있었다. 그건 매 끼니마다 식사를 챙겨주고, 간간히 간식까지 챙겨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생각해 냈다.


1. 확진자 단톡방을 만들었다.

집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문 하나를 두고 서로 목소리를 높여서 대화를 시도하는 건 현재 바람직하지 않다. 왜? 내 목도 아프고, 두 사람의 목도 보호해줘야 하니까. 그리고 두 사람에게 일일이 같은 내용으로 톡을 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라고 판단해 격리기간 동안에는 이 방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2. 식사 배식 시간을 정했다.

아침 7시 30분~8시 사이

점심 12시 30분~1시 사이

저녁 7시~7시 30분 사이


이렇게 정하게 된 건 두 사람의 식사 타임이 다르면 나는 주방을 떠나지 못하는 소모적인 상황이 생긴다. 그리고 내 일도 해야 하는 이유도 있고, 두 사람이 약을 먹어야 하는 시간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3. 식사 때 영양을 생각해 메뉴를 미리 정한다.

매일 매 끼니를 같은 반찬을 먹게 되면 나도 너무 질린다. 더구나 두 사람은 환자이기에 영양면에서도 신경을 더 써줘야 한다. 그래서 야채와 단백질, 칼슘 등등의 필요한 영양소를 생각해 반찬을 미리 준비하고, 하루 한 끼는 특별식으로 준비해서 주려고 한다. 물론 식비는 좀 들겠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이야말로 잘 챙겨줘야 할 때이니~~ 그래서 메뉴도 미리 정하고, 반찬과 국도 넉넉히 다양하게 준비하려고 한다. 내가 무리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만들고, 그렇지 않은 건 반찬가게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격리기간에 나를 정성껏 챙겨주고, 마음 써 준 남편을 위해, 엄마의 건강을 걱정했던 아들을 위해 이제 내가 움직여야겠다.  




충분한 행복

하루를 별 탈 없이 무사히 보낸다는 게

별것 아닌 것 같고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참! 고마운 일입니다

좋은 날

멋진 날

즐거운 날

특별한 날

기적 같은 날을 바라며 살아가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도 좋은 날입니다.

- 유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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