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올라갔다. 어제 좀 많이 움직여서 몸무게가 줄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100그램도 빠지지 않았다. 실망하는 건 양심이 좀 없는 거지. 내가 한 짓이 있으니.
100그램도 빠지지 않은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제 예감 한 상자를 먹고 달달한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기 때문인 거 같다.
예감 한 상자에는 두 봉의 예감이 들어있는데 한 봉지(32g)의 칼로리는 무려 160kcal이다. 나는 어제 예감을 두 봉지나 먹었다. 상자에 쓰여있는 ‘튀기지 않은’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안심해버렸다. ‘튀기지 않은’ 거니까 이 정도는 먹어도 괜찮을 거야,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과자는 과자였고, 군것질은 군것질이었던 것이다.
카누 바닐라 라테 한 봉(17.3g)의 칼로리는 85kcal이다.
러닝 머신 위에서 지루함을 참으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죽어라 걸어서 고작 153kcal을 태우고, 재미도 없는 자전거를 3분이나 더 타며 겨우 80kcal을 태워 놓고 어리석게도 405kcal를 쓸데없이 먹어치운 것이다. 이건 마치 전기세 아낀다고 방마다 불을 다 끄고 다니면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데 흥청망청 몇 십만원을 써버린 것처럼 허무한 의사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