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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Jun 05. 2024

등록한지 20일 만에 헬스장이 폐업했다_1.

5월 21일 식단&운동&체중 변화

확실하게 빠지고 오래 유지하는 슬로우 다이어트

5월 넷째 주(519~525) 체중 변화:

67.9kg ---> 67.7kg (0.2kg 감량)     

 

다이어트 시작부터 체중 변화(52~525):

69.5kg----> 67.7kg (1.8kg 감량)

531일까지 감량 목표: -1.6kg(목표 달성!)       


   




◩ 5월 21일 화요일      


아침:

멸치 주먹밥,

바나나우유,

달달한 화이트 아메리카노     


점심:

밥과 반찬(갈치구이 등)     


운동 후:

락토핏,

방울토마토 2     


저녁(18시 이후):

안 먹음      



멸치 주먹밥, 바나나우유


갈치구이, 미나리상추무침, 김치






운동 1. 모닝 스트레칭


운동 2. 헬스

            러닝 49, 160kcal

            아령(덤벨) L3kg / R3kg  103세트 + 3세트

            자전거 10, 115kcal

            파워 벨트 마사지

            거꾸리     




오늘은 러닝머신 위에서 글을 쓰면서 걷느라 3km를 걷는 시간이 더 걸렸다.   






아침 공복 체중.. 68.2kg  




         

등록한지 20일 만에 헬스장이 폐업했다.   

   

오늘 헬스장을 가니 청천벽력 같은 안내문이 데스크에 세워 있었다.


‘5.31일 임대 종료. 그동안 정상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부득이하게 영업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데스크 직원이 "회원님, 잠시 설명드릴 것이 있어요."라고 붙잡더니 헬스장 폐업 안내와 대안 및 환불 조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별을 경험했을 때 감정 변화 7단계: 혼란-애원-자책--현실 자각-긍정-연민     


혼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한 나는 모든 걸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멍하게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만둬도 내가 그만둘 줄 알았는데 헬스장이 그만두다니 이게 무슨 상황?


헬스장 다닌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이제 겨우 샤워실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막 안면을 트고 인사를 나누는 회원들도 생겼는데 폐업이라고?

케이도 7월부터 헬스장 다니겠다고 했는데 폐업이라고?     


애원

“나 여기 너무 좋은데 왜 그만둬요? 계속하면 좋은데... 계속했으면 좋겠는데... 계속하면 안 되나요? 나 진짜 여기 너무 좋은데...”     


자책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여러 징조들이 있었는데 알아채지 못한 곰같이 둔한 나를 자책한다.       


징조들:


징조 1. 어쩐지 한산하더라니.

주로 평일 오후에 헬스장을 이용하긴 하지만 평일 낮 시간대라 해도 평수에 비해 너무 적은 회원들. 평일 오후라고 해도 몇 명 없는 회원들을 보며 월 임대료며 인건비며 유지 비용은 나올까, 남는 게 있긴 한 건가, 의아했던 마음들. 토요일에는 제법 많은 회원님들이 운동하고 계셨어서 괜한 걱정이었나 보군, 했지만 역시 어려웠는지도.     


징조 2. 예사롭지 않았던 말

어쩐지.

이상한 말을 하더라니.

당시에는 그냥 흘려들었지만 회원 가입할 때 매니저가 ‘만약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폐업을 할 경우’라고 했던 것.     


징조 3. 직원 없는 헬스장

어쩐지.

데스크 여직원만 있고 PT 있는 날 제외하면 트레이너도 매니저도 대표도 안 보이더라니.    

  

징조 4. 노후화된 탈의실

어쩐지.

탈의실에 투자 안 하더라니.     


징조 5. 탈의실 머리카락

어쩐지.

탈의실 바닥에 항상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지. 관리가 제때 되고 있지 않았어.  

    

징조 6. 작동하지 않는 선풍기

어쩐지.

탈의실 벽의 두 대의 선풍기 중 한 대가 돌아가지 않았지.

회비가 저렴하다고 가성비가 좋다고 했는데 이윤이 남지 않는 기업이 시설 투자를 할 수가 없지.     


징조 7.  작동하지 않는 모니터

어쩐지.

러닝 머신 모니터가 두 개 밖에 안 나오더라.


고객님의 요금 미납으로 인해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시 이용하시려면 미납된 요금을 납부하시거나 고객센터로 문의해 주세요.’      


처음 모니터가 나오지 않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내가 모니터 켜는 법을 모르는 줄 알았다. 모니터도 못 켜다니, 언제부터 이렇게 처음 보는 기계는 켤 줄도 모르는 기계치가 됐지, 하면서 직원을 불렀다. 이것저것 눌러보고 건드려보더니 매니저한테 전화하면서 이상하다, 하며 계속 이것저것 두드려보는 직원.


“요금 미납이라는데요?”


모니터 화면의 '미납 안내 문구'를 가리키며 묻자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난처해하곤 도망치듯 자리로 돌아가던 직원.


직원이 헬스장의 폐업 예정을 사실대로 알러주었다면 융통성 없고, 사회성 없고, 순진하고, 조직에 피해를 끼치는 사림이라고 박살 나겠지.      


우리는 종종 사소한 징조들을 알면서도 놓치거나 못 본척하거나 무시한다.


사소한 징조를 일찍 발견하고 문제를 제시하는 사람은 예민한 사람,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까칠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트러블만 일으키는 골치 아픈 사람으로 찍혀 옆에 아무도 오지 않을까 봐 둥글고 무던한 척을 한다. 사회생활 잘하려면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을 하라는 끔찍한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시니컬

난 회원 등록한 지 이제 겨우 19일 지났을 뿐인데?

‘부득이하게 5.31 임대 종료’되는 거였으면 내 회원가입은 받지 말았어야지.

     

이런 방식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


곧 문 닫을 거면서 입 싹 닫고 원생 받고, 회원 받고, 가맹점 모집하는 방식. 내부인이 아니면 절대 알지 못하는 정보를 가지고 놀려 먹는 거.


그렇게 욕하면서 똑같네. 그러니 당신들의 정의로운 입바른 소리에 콧방귀를 뀌는 거지.      


현실 자각     

어쨌든 헬스장에서 제시한 조건은 3가지.


1. 옆 동네 지점 이용. 대신 '남은 기간의 두 배 이용권'을 준다.

----> 옆 동네 지점이 더 크긴 하지만 차 타고 다녀야 해서 관심 없음.


2. 동네 타 헬스장과 연계하여 잔여기간 보장.


3. 환불. 6월에 취합해서 7.1일 환불 일정 안내. 환불은 언제 한다는 건지.


'환불(결제 금액÷결제 일수) × 이용 일수'는 또 뭐야?

(264,000÷365)×20=14,460원 돌려준다는 거야?

'환불(결제 금액÷결제 일수) × 남은 일수'겠지.      


내일이나 모레 중 동네 연계 가능한 헬스장 문자 안내한다고 하니 문자 보고 결정해야지.   

   

긍정     

그래도 내가 잘못 보지는 않았어.


남은 기간 두 배 이용하게 한 대.

책임지고 인근 헬스장과 연계하여 이용할 수 있게 하겠대.

군말 없이 환불해 준 대.


무책임하게 도망가지 않았고 뻔뻔하게 먹튀 하지도 않았어.

뭔가 잘못됐지만 책임 있는 태도로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베스트의 방법을 찾고 있어.     


 --------♡----------------


애덤 스미스 국부론에서 언급되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내 삶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적용된다고 믿는다. 어떤 상황, 비록 안 좋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선 그 안 좋은 상황이 어쩌면 이로운 일일 수 있기 때문에 그 일이 벌어진 것이며 모든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 불운을 경험했을 때 나는 그 일이 일어난 것이 오히려 나에게 좋은 일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매년 열리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탈락했어도 실망하기보다는 이번에 안 된 것이 나에게 좋은 거라서 떨어진 거야, 하고 생각했다. 몇 년 전 두 번이나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도 이 회사를 안 다니는 게 나한테 좋은 거라서 떨어진 거야,라고 생각해 버렸다. 아낌없이, 미련 없이 떠나보내주었다.      


헬스장이 폐업해서 더는 D 헬스장을 다닐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이러한 경험 또한 나에게 좋은 일이기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믿는다. 이곳에서 연계한 헬스장에 다니든 환불을 하든 나는 헬스장을 다니며 운동하고  있을 것이다.      



좋은 일이 생기면? 그럼 그냥 기뻐하는 거지.    

  

안 좋은 일은 없다. 모든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그릇이 커지기 위한 이유다. 개인이 경험하는 모든 상황은 한 개인을 성장시키고 시야를 넓힌다. 음양의 조화, 밝음과 어두움, 조리와 부조리, 진실과 거짓을 깨닫는 순간 모든 사건과 경험은 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경험이 한 개뿐인 사람의 그릇은 한 개를 담는 크기다. 경험이 많으면 많은 것을 담는 큰 그릇이 된다. 슬픔과 비탄과 원망과 분노에 빠져 알아채지 못했을 뿐 지나고 보면 나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잠시 동안이면 충분하다.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기쁜 일도, 나쁜 일도 잠시 내 곁에 머무는 시간이 떠나갈 때 시간의 등에 태워 보내 버린다. 아무것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다. 

   

연민     

불경기, 경기 불황, 자영업자들의 줄 폐업이 일상에 길게 드리우는 것을 동네에 즐비한 ‘임대 문의’가 붙어 있는 공실의 상가를 보며 실감한다.      


우린 다 같이 어디로 가게 될까?      


저성장 고물가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 앞으로 더 오랜 저성장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우리, 안녕한 건강이 떠난 넓은 자리엔 누가, 무엇을 들고 들어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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