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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Jun 07. 2024

등록한지 20일 만에 헬스장이 폐업했다_2.

5월 22일 식단&운동&체중 변화

확실하게 빠지고 오래 유지하는 슬로우 다이어트

5월 넷째 주(519~525) 체중 변화:

67.9kg ---> 67.7kg (0.2kg 감량)     

 

다이어트 시작부터 체중 변화(52~525):

69.5kg----> 67.7kg (1.8kg 감량)

531일까지 감량 목표: -1.6kg(목표 달성!)     






◩ 5월 22일 수요일      


아침:

바나나,

방울토마토     


점심:

옹심이 칼국수,

바닐라 크림 콜드 브루     


저녁(18시 이후):

카츠 카레덮밥,

우유      



바나나, 방울토마토


옹심이 칼국수, 바닐라 크림 콜드 브루


카츠카레덮밥






운동 1. 도보 50

운동 2. 모닝 스트레칭  





    

아침 공복 체중.. 67.9kg     





◉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지?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특별하고 소소한 감동이 가득했다. 별일 다 있어서 사는 게 재밌다. 이래서 살아있는 게 감사하다.



1. 옹심이 더 드세요.


옹심이가 먹고 싶어 옹심이 식당에 갔다. 처음 가보는 식당. 이곳을 찾은 건 순전히 우연이다. 지도 앱을 열고 근처 음식점을 검색한 뒤, 옹심이가 있었네? 가볼까? 하고 가게 된 식당.


리뷰도 괜찮은 편이었다. 요즘 식당, 카페, 중소기업 제품 홍보, 헬스장 등 어딜 가든 네이버 영수증 리뷰 이벤트 안 하는 곳이 없으니 진짜와 가짜가 교묘히 섞인 가운데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가며 온전히 믿을게 못 되는 리뷰를 훑은 뒤 이 집의 긍정적인 리뷰는 진실인듯하다는 결론.


식당에 갔더니 가게 안의 테이블은 꽉 차있었다. 한 테이블만 일어나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사람이 없네." 하며 세 명의 여사님들이 오시더니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번호표를 들고나오셨다.


그제야 외벽에서 발견한 "안으로 오셔서 번호표를 받아주세요." 그래피티 같이 보이던 문구.


여사님들은 가게 밖 의자에 앉아서도 연신 "오늘은 사람이 없네. 어제가 쉬는 날이었잖아."라고 가벼운 대화를 이어갔다.


화요일에 쉬다니, 예사롭지 않은 기운.


"여기는 화요일이 휴무에요?"라고 물으니 그렇다는 여사님들.

"우리 이거 먹으려고 장안동에서 왔어요."

"장안동이요? 서울 장안동이요?"

여사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놀러 오신 김에 드시러 오신 거예요?"

여사님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옹심이 먹으려고 기차 타고 왔다고."

"아, 그런데 오늘 사람이 없는 거예요? 지금 가게 꽉 차있는데."

"평소에는 줄이 식당 밖 골목까지 길게 늘어져 있어요. 오늘은 사람이 없는 거예요."


나는 대기 2번째. 맛집이 분명한가 보구나, 찾아왔구나, 드는 확신. 부디 내가 찾던 그 옹심이 맛이기를. 여사님들이 서울에서 일부러 드시러 오시는 봐서는 진짜 옹심이일 확률이 90% 이상.


마침내 가게 안으로 입성했다. 옹심이는 내가 찾던 옛날 방식의 그 옹심이였다. 감자를 갈아서 뭉쳐서 끓여 낸 옹심이. 슴슴한 국물 한 입이 온몸을 감싸주는 자연의 맛. 옛날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잘 익은 열무김치와 처음 먹어보는 맛의 무생채. 어느새 밖으로 모이는 대기자들.


가짜 옹심이만 먹다 진짜 옹심이를 영접하고선 정말 맛있다를 연발하며 옹심이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직원이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옹심이를 담뿍 담아오더니 테이블에 툭, 놓으며 "이것도 드세요" 하고 갔다. 직원 뮈야? 옹심이 왜 준거야? 설렜잖아. 반했잖아. 자꾸 생각나려 하잖아.      



2. 더운데 음료 한 잔 드릴까요?


스타벅스에서 바닐라크림 콜드브루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어느 지점을 가나  이용객이 많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층은 이미 자리가 없었다. 나는 일층 카운터 앞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매장을 이용하는 학생들과 쉴 틈 없이 들어오는 배달 주문으로 점심 시간이 막 지난 학교 앞 카페의 세 명의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루에 몇 잔 팔까? 하루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올까? 삼백? 오백? 월 천? 나는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손님과 내가 앉은 자리 앞에 모아둔 배달 음료들을 보며 매출과 마진을 가늠해 보고 있었다.


50대 즈음으로 보이는 배달기사가 들어왔다. 기사는 배달할 음료를 기다리느라 카운터 가까이 서서 한 손으론 핸드폰을 확인하며 직원을 기다렸다. 배달할 음료를 챙겨주던 베레모를 쓴 앳된 직원이 기사를 향해 "더운데 음료 한 잔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기사는 들릴 듯 말 듯 투명한 목소리로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3. 폐업하는 헬스장에서 문자를 보냈다.      


D 헬스장에서 책임감이 느껴지는 정성 가득한 문자를 보내왔다.


- 안녕하세요. D 헬스장입니다. 그동안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지만 임대차 계약 종료로 인해 부득이하게 5.31(금) 임대 종료 시점을 기점으로 영업 종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회원님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다음과 같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옆 동네 지점으로 이용 가능합니다. 옆 동네 지점을 이용할 시 현재 남은 기간의 2배 기간으로 이용 가능하시도록 약속드립니다.


두 번째.

인근 A 헬스장 이용이 가능합니다.

6.1(토)부터 추가 비용 없이 남은 기간 이용 가능하도록 약속드립니다.      


D 헬스장은 5월 30일까지 이용 가능하시며 5월 30일까지 문자로 이름과 의사를 밝혀주시면 정리하여 접수 처리 도와드리겠습니다.


6.1(토)부터 불편함 없이 이용 가능하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위의 약속을 통해 회원님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노력하겠습니다. 그 외 궁금하신 부분은 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직원 또는 ○○○-○○○○-○○○○으로 문자 남겨주시면 한 분 한 분 순차적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저희 D 헬스장을 이용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이래서 신이 있는 거 같아. 계속 살라고 하잖아.

계속 웃으라고 좋은 사람들이 자꾸 나타나잖아.  좋은 사람들이 함께 있다고 자꾸 보여주잖아. 


나는 이런 사람들을 전해야 한다는 소명 같은 걸 느낀다. 내 글의 방향.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 세상이 변하고 있어도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들의 변함없는 이야기. 전하지 않으면 묻혀 버리는 이야기. 모두의 마지막 웃음을 지켜내는 진짜 사람들의 짠하면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변하고 있는 세상의 요즘 것들에 반하는 삶의 안도. 대다수가 예스라고 할 때 노를 외치는 한 사람이 있고,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단 한 명이 있으니 남자들, 여자들, 요즘 애들, 싸잡아 말하는 건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단 한 명도 칭찬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하는 데는 몹시 인색하면서 비난을 할 때는 싸잡아 묶어 쉽게 욕하는 것은 타인을 비난하면서 동조를 구하는 치졸하며 이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오래전 호텔을 그만둘 때 총 지배인님이 나를 호출하셨다. 어색하게 앉아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긴장하고 있을 때 총 지배인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구름 씨는 어디 가서든, 어디에서든, 하던 대로 하면 틀림없이 잘할 거예요."


따뜻하고 다정한 말, 두고두고 자신감과 방향성의 원천이 되어주었던 말에 마음을 담뿍 담아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해주려 한다. 


- 오늘 만나는 내내 감동을 주었던 당신들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려고 애쓰신 D 헬스장 관계자님께.


“당신이 어디 있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지금처럼 하면 잘 할 거예요. 당신이 가는 걸음마다 복이 함께 하기를 응원합니다.”     


비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속삭인다.


이렇게 책임감 있는 진짜 사람에게 복이 닿기를.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서 끝까지 살아내기를. 이번 대에 운이 닿지 않으면 그다음 대에라도 반드시 운이 닿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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