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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Dec 17. 2024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위대한 삶

10월 27일~10월 28일 식단&운동&체중 변화

[저녁 금식, 운동, 일반식 다이어트]


◉ 확실하게 빠지고 오래 유지하는 건장한 긍정 다이어트

10월 다섯째 주(10월 27~10월 31체중 변화:

63kg ---> 62.6kg (0.4kg 감량

다이어트 시작부터 체중 변화(5월 2~10월 31):

69.5kg----> 62.6kg (6.9kg 감량)     






◩ 10월 27일 일요일      


간다, 단탄지 아침: 

팥 호빵, 

고구마, 

무화과, 

호두, 

아몬드, 

화이트 아메리카노


간다, 단탄지 점심: 밥과 반찬(고등어조림 등)

*고등어조림, 미역줄기볶음, 도라지볶음, 무화과 샐러드, 견과류


간다, 단탄지 저녁: 

오징어 밥+버터+간장, 

소고기 전골, 

고추 장아찌, 

무 조림, 

칠리소스, 

달달이 커피     



팥 호빵, 고구마, 무화과, 호두, 아몬드, 화이트 아메리카노


고등어조림, 미역줄기볶음, 도라지볶음, 무화과 샐러드


오징어 밥+버터+간장, 소고기 전골, 고추 장아찌, 무 조림, 칠리소스





 

운동 1. 모닝 스트레칭(체조)      


*낮잠 1시간      






아침 공복 체중.. 63kg      






◩ 10월 28일 월요일      


간다, 단탄지 아침: 

닭 가슴살 샐러드, 

버터구이 식빵, 

화이트 아메리카노


간다, 단탄지 점심: 

소고기 전골 밥, 

무생채


간다, 단탄지 저녁(17시 20분): 

오징어 김치전 1장     



닭 가슴살 샐러드, 버터구이 식빵, 화이트 아메리카노


소고기 전골 밥, 무생채






운동 1. 모닝 스트레칭(체조)


운동 2. 8천9백 걸음(약 5.5km)

*성큼성큼 보폭(70-80cm), 느긋 보폭(58-60cm)


운동 3. 아령(덤벨) L2kg / R2kg 50회 1세트     


 





아침 공복 체중.. 63.7kg           




◉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위대한 삶     


어제, 그러니까 일요일 오후, 외출 대신 영화를 보며 쉬기로 하고 점심을 먹은 후 곧 영화 관람 모드를 갖추었다. 블라인드를 내려 빛을 차단하고, 영상과 자막에 집중하기 위해 조명을 전부 껐다. 어슴푸레하게 약한 빛이 퍼져있는 거실은 밖을 보지 않으면 낮인지 저녁인지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공간이 되었다. 


나는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대고 비스듬히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영화는 클라이맥스였다. 점심 먹고 오후에 영화를 튼다는 건 책을 보다 잠들듯 영화를 틀어놓고 자겠다는 무언의 행동 신호가 돼버렸다. 게으름이 죄악시되는 사회에서 대놓고 낮잠을 자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대신, 게을러서 살이 찐 것 같은 위축감이 있는 다이어터로서 대낮부터 당당하게 누워버리는 대신 갸륵한 근면함과 짠한 눈치를 쥐어짜 영화를 보며 버텨 보겠다고 애써봤으나 허사였다. 씨름 선수도 눈꺼풀은 들어 올리지 못한다고 했잖은가. 


점심 식사 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젊었을 때는 자는 동안 소화가 되어 자고 일어나면 출출함을 느끼지만 40대가 되면 몸은 개운하나 속이 더부룩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더부룩한 속을 내리고 소화를 시킨다는 핑계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들어온다. 그리곤 저녁을 먹는다. 가을이라 입맛도 좋아 주말마다 세 끼를 잘 먹는다. 몸이 건장해진다. 저녁 식사 후 "달달한 커피 한잔할까?" 케이의 꼬드김에 달달한 커피를 한잔 마셨다. 날이 쌀쌀해지니 따뜻한 음료를 자주 찾는다. 우리는 차 한 잔 앞에 두고 보내는 잔잔한 시간을 좋아한다. 심심한 이런 시간이 좋은 이유는 서로가 있어서일 테다. 하필 달달한 커피라니. 저녁 시간에 커피를 마셔도 베개만 대면 잠이 들고 곯아떨어질 만큼 고단해서 다행이다. 



◎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최고 몸무게, 마치 제자리로 돌아간 듯한, 꿈쩍도 않는 듯한 묵직한 체중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런 나를 자책하지 않는다. 사람이 어떻게 “준비, 탕!” 한다고 해서 ‘준비, 탕!’하자마자 딴 사람이 된단 말인가.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었지 않은가. 앞으로도 꾸준히 해나갈 거지 않은가. 매일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실망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유연하게, 투명하게, 흐르는 길에 바위가 있으면 돌아가고, 나무가 가로막고 있으면 나무 주위로 갈라져 가고,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날려도 가던 길을 가면 된다. ‘완벽한 인간의 완벽한 삶’에 대한 환상과 강박이 ‘평범한 사람들의 대단한 삶’을 종종 훼방한다. 일상이란 완벽함과는 상관이 없다. 완벽하지 않아도, 완벽한 인간이 아니어도 일상을 사는 것, 일상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가치이다.      



◎ 완벽하지 않은 은혜로움 덕에 다행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더니, 식욕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효자 아들에게 곧장 오징어를 잘게 잘라 넣은 오징어 김치전을 만들어 주었다. 효자 아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김치전 반죽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효자 아들이 좋아할 생각을 하니, 어서 아들이 와서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들떴다. 예상대로 효자 아들이 김치전을 해준다 하니 화색을 하며 반겼다. 잽싸게 한 장 구워주고 서둘러 다음 반죽을 올렸다. 끊기면 안 되지, 흐름 끊기면 안 되고 말고. 가스레인지 앞에서 열심히 김치전을 굽고 있는데 효자 아들이 젓가락으로 김치전을 잘라와 입에 넣어 준다.


“엄마 괜찮아. 너 먹어.”


아들이 김치전을 먹다 말고 중간중간 김치전을 가져와 입에 넣어준다. 한 번, 두 번...


나는 안 먹으려고 그랬는데 눌러놨던 식욕이 막힌 물꼬 터지듯 터져버렸다. 결국 효자 아들과 마주 앉아 김치전을 먹는다. 김치전을 젓가락으로 살살 찢어 먹는다. 잘 익은 신 김치와 고소한 오징어와 김치 국물과 잘 섞인 반죽의 기름진 향과 맛. 테두리는 튀김처럼 바삭하고 가운데는 전병처럼 촉촉한 김치전. 


김치전을 먹으니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시던 엄마와 밀가루 음식은 입에도 안  대시던 아빠 –입맛부터 맞는 게 하나도 없었던- 생각이 났다. 어떻게 결혼했을까, 왜 결혼했을까, 의아할 정도로 (얼굴 보고 결혼한 반쯤 연애결혼) 극과 극의 입맛이었지만 자식들을 위해 각자 나름대로 양보라는 걸 하시긴 했다. 


엄마는 가급적 아빠가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을 때 김치전을 부치거나 칼국수, 수제비, 라면을 끓이셨고 밀가루는 입에도 안 대시는 아빠는 일주일 내내 밥 해내느라 지친 엄마가 일요일 점심으로 짜파게티를 끓이거나 김치전을 부쳐내면 “먹을 만하네.”라고 하시며 마지못해 한 젓가락 하시기도 하고, 외출했다 돌아오시는 길에 읍내 제과점에서 빵을 한 봉지 사 오시거나 피자를 사다 주시기도 하신 걸 보면, 많은 걸 양보하시고, 많은 걸 인내하시고, 자식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셨던 거라고 생각한다. 


자식을 위해 맞지 않는 배우자와 살아내는 고행과도 같았을, 번뇌가 가득했을 삶. 그 덕에 내가 오늘을 누리고 있다. 잘 익은 김치를 섞은 반죽으로 김치전을 구우면서. 햇살이 들어와 앉는 따듯한 식탁에 앉아 아들이 김치전 먹는 모습을 보면서. 


“김치전엔 역시 오징어가 들어가야 돼.”

“맞아. 김치전엔 오징어지.” 


“엄마는 김치전에 항상 오징어를 잘게 잘라 넣으셨어. 뭐가 좀 씹혀야 한다나, 그런 이유였지.”

“김치전엔 오징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어쩌면 김치전에 오징어를 꼭 넣은 것은 아빠를 배려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철이 들어가고 있다는 징조일까. 


“엄마는 부침개 하나를 하더라도 구색을 맞추시는 소소한 성실함이 있었어. 난초에 물을 주듯 섬세한 정성 덕에 우리가 잘 큰 거 같아.”     

이런 생각을 하다니, 속이 깊어지고 있다는 징조라고 봐도 될까. 


“음, 나는 말이야, 김치전 매일 먹을 수 있어.” 

“나도.”

“매일 먹어도 안 질릴 자신 있지.”

“나도.”

“그래도 지금은 다이어트 중이니까 한 장만 먹어야겠지.” 

“괜찮아. 더 먹어.”


효자 아들의 권유에도, 고소한 김치와 오징어 향기에도, 몇 장 먹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시간을 보니 다섯시 반. 아직 여섯 시가 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 여름엔 더워서 다른 계절보다 입맛이 없는 편이다. 다이어트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면 잃었던 입맛이 돌아온다. 여름에 덜했던 입맛을 한 번에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더위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집 나갔던 입맛도 다시 돌아온다.  


여름에 잃었던 입맛이 다시 돌아오는 건 추운 겨울에 생존하기 위해 몸이 지방과 영양분을 보충하려는 본능적인 작용인 거 같다. 나도 모르는 새 내 뇌라는 것이 나를 위해 열 일하고 있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나도 모르는 새 나를 위해 열 일하고 있었던 존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던 걸까. 내가 누리는 오늘이 그 모든 은혜로움 덕에 다행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비로소 아렴풋하게 알아가고 있어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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