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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사라 Oct 23. 2021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가장 간단한 방법

《인생수업》독서에세이 

대면의 시대에서 비대면 시대로.

컨텍트의 시대에서 언컨 텍트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코로나 19의 팬데믹이 가속시키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는 공교육 현장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방학이 길어졌다. 긴 방학을 마치고 한 달 남짓 학교를 등교했던 아이들이 다시 원격수업으로 집콕 생활이 이어지기도 했다. 원격수업이 계속되는 날들 자기 주도 학습이 안 되는 아이들의 학습 격차에 대한 고민들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성격상 무엇을 하든 성과와 결과가 중요한 나는 초등 고학년이 되도록 성적에 욕심을 내지 않는 아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들은 승부욕이 제로에 가까운 성격이어서 늘 과정에 만족했다. 나는 그런 아들의 성향이 답답했다. 초등 5학년이 될 무렵 나는 아들의 성취욕 없는 성격을 수용하면서 성적 향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마음에서 내려놓았다.      


대신 다양한 체험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소규모 혁신 학교로 전학을 시켜주었다. 마음을 일찍 비운 덕분에 아들이 중학교를 진학하고 졸업할 때까지 성적에 대해 쿨하게 일절 잔소리하지 않았다. 가정에서 서로의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대해서는 훈계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답답한 마음에 진로 컨설팅을 받았다. 내 생각에는 아들에겐 인문계고 진학이 무리였기 때문이다.      


내 생각처럼 특성화고가 낫다고 권했던 진로 컨설팅을 받고도 친구들이 인문계를 진학하니 아들도 인문계를 선택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어떻게 버틸까 걱정했으나 아들은 친구들과 야간 자율학습이 즐겁다고 했다.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이 신속하게 흘러갔다.      






고2가 되었다. 졸업까지 2년 남짓 남은 시간들을 생각하니 엄마로서 마음이 무너지고 막막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아들의 성적이 향상될리는 없는 현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목적지는 대학입시이다. 중고등학교 과정 역시 오직 대학이 목적지이고 좋은 대학을 가려면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공식이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된다. 아들이 학습적인 성과가 잘 나오는 아이였다면 이런 현실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아들의 가치는 성적으로만은 평가할 수 없는 독특함이 있었다.  그 독특한 가치를 학교에서는 전혀 알아주지도 인정해주지도 않았다. 내 아이는 물고기인데 원숭이처럼 똑같이 나무를 오르라 하는 공교육의 상황이 아들이 성장할수록 마음 아팠다. 내 아이의 재능과 가치를 소중하게 꽃 피울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해야 조성해 줄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공교육 안에서는 대안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앉아 수업을 듣고 학습을 해야 하는 아들의 하루가 안타까웠다. 살아있는 자연 생물에 관심이 많은 아들은 수의학과를 목표로 잡고 학생기록부를 1년 동안 준비했으나 수의학과는 1등급이 되어야 진학이 가능함을 알고 1학년을 마무리하면서 포기했다.      


코로나19로 긴 방학을 맞아 집에 머무는 아들과 부대끼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빈둥거리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아들은 항상 스케치북을 펴놓고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검색한 그림을 스케치북에 스케치하는 작업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날마다 시간이 나면 열심히 몰입해 그리는 것이다.      


무엇을 배워도 몰입이 안되었던 아들인데 집중력을 발휘해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 한참 시선이 머물렀다. 한두 번이 아니라 매일 습관처럼 반복되는 풍경을 기억 속에 저장했다. 아들이 매일 열심히 그려내는 그림이 도대체 뭔지를 몰래 들춰봤다. 


'아! 그림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문득 7살까지 아들이 그려냈던 공룡 스케치들이 생각났다. 유아시절 공룡에 빠져있던 아들이 공룡그림책을 보고 똑같이 그려냈던 시절, 어떻게 이렇게 똑같이 그려낼까 신기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는 미술에 흥미가 없어 재능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아들이 고2가 되어 빈둥거리는 시간이 많아지니 그 재능이 스스로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아들과 단 둘이 점심을 먹으면서 진지하게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등급은 불가능하니 수의학과를 포기했다고 아들이 이야기한다. 한편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아들의 마음속 고민도 털어놓았다. 시무룩한 아들에게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들의 스케치 그림 실력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아무나 그렇게 그릴 수 없는 재능처럼 보인다고, 그림을 그릴 때 즐겁고 재미가 있다면 미술 쪽으로 진로를 선택해 보면 어떻겠느냐 물었다.     

 

아들은 흔쾌히 그렇게 하고 싶다 대답을 했다. 그 후 몇 군데 입시미술학원 상담을 받고 학원을 등록했다. 야간 자율학습 대신 미술학원에 가서 늦은 입시미술을 배워오고 있다. 미술학원에서도 10시에 끝나 집에 오면 10시 반이 넘으니 하루가 지치고 피곤할 거라 생각했다.      


아들은 미술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늘 생기가 가득했다. 

늦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너무 예쁘다고 행복해했다. 

픽업해 주는 아빠에게 “저 요즘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라고 고백을 했단다.    





  

나폴레옹 힐은 그의 저서 《인생수업》에서 인간은 평생 성적표를 받으며 살아간다고 지적한다. 학창 시절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 성적표를 받는다는 것이다. 세상은 늘 줄을 세우고, 등수를 매긴다. 1등만 잘했다 칭찬하고 기억해준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만 칭찬을 받는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의미가 없다 세상은 평가한다.      


나폴레옹 힐은《인생수업》에서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것은 바로 타인과의 비교과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이든, 타인이든 완벽히 알 수 없으니 속사정을 알지 못한 체 보이는 것만으로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도 말고 

남을 마음대로 판단하지도 마라.

누구도 타인을 완벽히 알지 못한다.”

나폴레온 힐인생수업》      


나폴레온 힐은 내 삶의 주인답게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욕심, 질투, 열등감을 버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의 삶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나폴레온 힐은 삶의 중심에 ‘나’를 두고 나를 기준으로 하여 세상을 만들어가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를 긍정해야 한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면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해진다 권면한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되며 의욕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고3이 되어 아들이 진학하고 싶은 미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아들이 선택한 대학을 남편과 나는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닌지를 걱정했다. 하지만 아들은 누구보다 당당하게 아직 수능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할 수 있다 단언했다. 현실적으로 정말 가능하다 생각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아들은 촌철살인 같은 대답을 날려준다.


내가 나를 안 믿으면 누가 나를 믿어주나요내가 나를 믿어야지요.”

       

아들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하여 연연하지 않는 것.

아들의 강점과 재능에 집중하여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것.

강점과 재능을 활짝 꽃 피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대학 입학이라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불행을 참고 견디는 삶이 아니라 지금, 오늘을 행복하게 누리고 살아가는 아들이 되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미술을 진로로 결정한 아들은 자신이 진학하고 싶은 대학도 스스로 선택했다. 공부하라 잔소리하지 않지만 자신의 목적지를 찾아낸 아들은 귀가 후에도, 주말에도, 추석에도 독서실을 다니며 스스로 열심을 낸다.      


늦은 귀가에도 아들의 오늘 하루가 행복하다는 고백이 감동스럽다. 코로나 19가 아들에게 선물해 준 소중한 일상을 헤아리며 감사한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멈추니 아들의 재능이 보였다. 빈둥거리는 시간이 생기니 재능의 싹이 피어났다.    

  

아들이 걷는 길을 다른 이의 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가되.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운명에 주인이 되고.

선장이 되어 당당하고 힘차게 항해하기를 응원한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가되 

그 길을 다른 이의 길과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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