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도어의 시초는 뉴턴이라고 한다. 뉴턴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엄마 고양이, 새끼 고양이. 이 고양이들이 뉴턴의 연구실에 들어오기 위해 문을 긁거나 울면 뉴턴은 연구에 집중을 할 수 없어 고양이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캣도어를 만들었다.
뉴턴은 엄마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캣도어 두 개를 문 하나에 만들어서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연구실과 바깥을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캣도어는 문 하나에 한 개만 만들어도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는데, 뉴턴은 연구에 집중한 나머지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집중력이 남달리 강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공부나 연구, 책 읽기에만 집중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운동, 게임, 예술과 요리, 청소 모두 산만해서는 하기 어렵다.
나는 유독 공부와 일에 집중력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다른 면에서도 늘 집중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으며, 때로는 신이 집중력을 과도하게 준 대신 사회성이나 이타심을 좀 덜어낸 경우도 보았다.
형사사건 피고인들 중에서는 치밀하게 계획된 사기나 하나의 사건이나 사람에 꽂혀서 매우 집중력 있게 나쁜 일을 도모하는 사람도 본다.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 아니라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일이나 사람에 대한 동기라고 생각한다. 범죄도 동기가 있듯이 모든 일에는 동기가 있다. 스스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유의미한 동기를 부여하지는 않더라도 저변에 뿌리내리고 있는 그 사람만의 동기가 있다. 삶의 태도와 연결된.
다소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간절한 동기가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단순히 집중력이 있는 정도를 넘어서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다. 반드시 이루는 사람으로.
한 번에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친절한 말 한마디와 한 장의 독서, 하기 싫지만 조금이라도 하는 운동 같은 것들이 쌓여서 내가 변화한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깊이 뿌리내린다.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자신과 일을 살피는 사람은
빛나는 사람보다 우환이 적다.
나는 집중력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그런 것이 나에게 있을 턱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한심하던 시절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그때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공부에 집중하게 만든 원동력은 '동기'였다. 당시 어떤 일이 생겨서 집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공기업에 다니다가 퇴직하셨던 아버지는 경비일을 시작하셨고 엄마도 일을 하셨다. 집에서 나와 고시원에서 공부하던 중 아버지가 일당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기와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레일에 손이 들어가 다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그 무렵 이 공부가 나하고 잘 안 맞는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고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는데, 동생으로부터 아버지가 공장에서 손을 다치셨다는 소식을 듣고 결심했다. 지금부터 나에게는 부모님 사망 빼고 불합격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고.
명절에도 집에 가지 않았다. 가족 생각도 하지 않고 전화도 자주 하지 않았다. 친구들 전화도 받지 않기 위해 전화기도 꺼놓고 매일 내 마음에 찰 때까지 공부했다.
김연아가 준비운동하고 있을 때 어떤 기자가 무슨 생각하면서 운동을 하냐고 물으니까 김연아가 "생각은 무슨, 그냥 하는 거지."라고 대답했던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동기는 집중력을 보완한다.
동기가 확실해서 '그냥 하는 것'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이루게 된다.
동기는 확실하지만 못 이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이어트' 정도 되겠다.
내가 변호사가 된 이후 내 인생이 크게 달라졌나 하면 그건 아니다.
그렇지만 가난해서 혹은 배움이 짧아서 이 세상이 법률적 지뢰밭이 될 뻔한 일가 친인척들의 의지처가 되고 있다.
가끔 조상님이 자손들을 위해서 나를 합격시켰나 싶을 정도로 우리 일가친척들에게는 사건 사고가 많다(얼마 전에는 사촌동생이 리딩방 사기에 당해서 대출까지 받아서 아주 큰돈을 날렸다).
그리고 내가 국선전담변호사가 되자 '덕을 쌓는 일'을 한다고 부모님께서 좋아하셨다. 그거면 꽃다운 청춘에 그지 같은 추리닝 입고 잉여인간처럼 살았던 날들이 다 보상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