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상상 더하기
<무한도전>에서 앞만 보고 가는 실험을 합니다. 공포를 통해 뒤를 돌아보게 하기 위함이죠. 뒤를 돌아보면 탈락인 상황에서 벌 소리, 동물소리, 사고가 난 소리 등을 통해 돌아보게 하는 게 포인트였습니다. 노홍철 씨의 차례에 개소리가 들리자 그 자리에서 얼어버립니다. 뒤에서의 상황이라면 유재석 씨의 손은 개의 발길질을 흉내 내었고 스피커로 개소리를 틀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뒤 상황은 현실과 다르게 맹견이 침을 흘리며 훈련사의 손에 잡혀서 자신을 향해 짖고 있겠죠. 어렸을 적 강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던 홍철에겐 공포의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뒤를 돌아봤다면 이렇게 무서웠을까요? 그저 귀여운 장난으로 넘겼을 겁니다. 이처럼 상상은 현실보다 강력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상이 뭘까요. 《한비자》라는 책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세상 사람들은 살아 있는 코끼리를 볼 기회가 좀처럼 없으므로 죽은 코끼리의 뼈를 보고 코끼리 그림을 생각해내고 살아 있는 코끼리를 상상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다만 제 마음속에 그려진 코끼리를 진짜 코끼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인이 인도로 넘어가서 코끼리를 보게 됩니다. 자신들이 본 적 없는 크기에 놀라 본국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코끼리에 대한 설명을 하죠.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그런 동물이 어딨냐며 믿질 않았습니다. 상인은 그것을 증명할 방법으로 코끼리 무덤에서 뼈를 가지고 돌아옵니다. 큰 코끼리를 데려올 순 없었고 뼈를 두고 이런 동물이라며 상상(想象)을 시켰습니다. 뼈를 보며 보이지 않는 코끼리를 상상하고 그것을 믿는 것이죠.
마인드에 관한 자기 계발 서적들을 보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상상하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목표를 상상하고 미래를 그리고 꿈을 꾸라는 말이죠. 왜 그렇게 상상을 강조할까요. 상상해보세요. 이제 막 산을 올라야 하는 출발점에 있습니다. 처음 가는 산길, 구름으로 가려져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길을 헤맬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산 정상이 선명하다면 어떨까요. 길을 잃더라도 다시 정상 쪽으로 몸을 향하여 나갈 수 있습니다. 선명한 목표를 그리는 일은 삶의 방향성을 잃지 않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강력한 상상을 이용해 말을 한다면 듣는 사람은 현실보다 생동감 있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상대를 상상시키기 위해선 2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첫 번째, "상상해보세요"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이 말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꽤나 큽니다. 요리를 안 해본 사람에게 칼질을 가르친다면 써는 것부터 알려주지 않고 칼을 쥐는 방법, 손가락 하나하나 위치를 정해줄 겁니다. 상상도 마찬가지로 안 해본 상상을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서 첫 스탭인 상상해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감각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겁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이용해서 말이죠. 허드슨 강으로 추락한 비행기가 있었습니다. 비행기 사고라면 사망률이 100%에 가깝다고 하죠. 비행기에 있던 전원이 생존했던 기적의 사건의 생존자인 릭 엘리아스가 TED 강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상상해보세요. 큰 폭발이 3천 피트 상공에서 일어났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연기로 가득 찬 비행기를요. 엔진이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소리 내는 걸 상상해보세요. 무섭게 들리죠. 저는 그날 특별한 좌석에 앉았습니다. 1D석이었고 승무원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습니다. 저는 즉시 승무원들을 쳐다봤고, 그들은 "괜찮아요. 아마 새에 부딪혔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파일럿은 이미 비행기를 선회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리 멀리 가지 못했습니다. 맨해튼이 보였고 2분 후에 세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파일럿은 허드슨강을 따라 비행경로를 잡았죠. 평소 다니는 항로는 아니었죠. 그가 엔진을 끕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비행기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러고 나서 그는 세 마디를 했는데, 이제껏 들어본 말 중 가장 냉정한 세 단어였어요. "충격에 대비를 하세요." 전 더 이상 승무원에게 말을 걸 필요가 없었죠. 그녀의 눈을 보았어요. 공포였죠. 인생은 끝났어요. 그날 배웠던 세 가지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