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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곤쌤 Sep 26. 2022

공감을 하기 위한 7년 차 배우의 조언



말하기의 기본이라고 하는 것이 '공감'입니다. 공감에 대한 다양하고 뻔한 이야기가 있지만 7년 차 배우의 캐릭터 분석법을 통해 얻은 공감 방법이 있습니다. 배우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캐릭터 분석과 함께 텍스트(대사), 그리고 '서브텍스트'를 본다고 합니다. 서브텍스트란 실제 글로 표현되지 않는 캐릭터의 생각, 느낌, 판단, 감정 등을 표현하는 개념이죠.



예를 들어,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라는 텍스트를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라고 표현하거나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ㅠㅠ"라고 표현하거나

"넌 정말 좋은 사. 람. 이야ㅡㅡ"정도로 표현을 해봤습니다.

(이처럼 글로 전달하려면 이모티콘이나 문장부호를 사용하거나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것이 서브텍스트입니다.) 캐릭터가 느끼고 있을 감정과 느낌, 상황을 읽어내는 것이 서브텍스트를 읽는 방법인 것이죠. 우리는 종종 상대의 텍스트만 듣습니다. 하지만 공감이란 그 사람이 말하지 않는 것을 듣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여자가 이사를 했습니다. 새 집이라서 페인트 냄새가 심해서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그렇다고 문을 열자니 매연이 들어와서 기침이 납니다. 이때 남자 친구가 들어왔어요. 여자가 묻습니다. "자기야, 오늘 이사했는데 문을 닫으면 페인트 냄새가 심해서 머리가 깨질 것 같고 문을 열면 매연 때문에 죽을 것 같은데 어떡하지?... 문을 여는 게 좋을까, 닫는 게 좋을까?" 이때 남자 친구의 올바른 대답은 무엇일까요?



"그래도 차라리 매연이 낫지 않나"

"아니지, 문 닫고 페인트가 낫지"



텍스트만 본다면 둘 중에 정답이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서브텍스트, 즉 상대의 감정과 상황을 읽어야 합니다. 질문에 대한 정답은

괜찮아?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라고 합니다. 아니, 사실 대화에 정답은 없다. 같은 텍스트라도 어떤 태도로 이야기했느냐 상황에 따라 "문을 여는 게 맞지"가 정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들리지 않는 말을 듣는 것이 공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1. 분석

말을 꺼내기까지 과정을 생각해봅시다. 여러 가지 조건이 결합돼서 하나의 말이 나오게 됩니다. 과거의 경험, 지금의 감정, 우리의 관계, 현재 상황, 이 말을 한 목적 등 여러 상황을 놓고 우리는 말을 하죠. 제가 누군가에게 "밥 먹었어?"라는 가벼운 말을 꺼냈습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 그 말로 인해 대화가 편하게 시작되었던 경험이라든지 이 말을 꺼낼 때의 감정(어색한 혹은 편안한), 이 텍스트의 목적(분위기를 풀려거나 친한 관계에서 편한 스몰 토크)에 따라 각각 다른 상황에서도 "밥 먹었어?"를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발화자의 상태를 분석하지 못하면 서브텍스트를 읽을 수 없죠.



2. 문학

분석을 통해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지만 직접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문학은 그 한계를 깨 줍니다. 직접 누군가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바로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한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인물의 다양한 상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상황'(원인)에서 '이런 말'(결과)의 데이터가 쌓였다면 실전에서는 반대로 적용하는 것이죠. '이런 말(결과)'을 한 이유는 저 사람이 '이런 상황(원인)'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응답하라 1994>의 예시를 통해 저런 답변을 봤다면 나중에 누군가 "퇴사하고 싶은데 그만두자니 고정수입이 없고 계속하자니 힘들어"라는 말을 했을 때 "괜찮아? 많이 고민되겠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게 될 수 있죠.



3. 감정에 대한 공부

아는 만큼 보입니다. 우리는 많은 감정을 "짜증 나"라는 말로 묶어서 표현합니다.

"배고픈데 뭐 먹긴 속 아파서 짜증 나"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 짜증 나"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때문에 짜증 나"



하지만 감정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상대가 표현하지 않은 더 정확한 감정을 찾아주는 것이 심도 있는 공감이 될 수 있습니다. 

"배고픈데 먹진 못해서 답답하겠다"

"회사에서 그런 일이 있어서 억울하겠다"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때문에 화가 나겠다"

다양한 감정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공감해줄 수 있습니다. 



결국, 너아일체가 핵심입니다. '물아일체'라는 말은 "사물과 내가 하나의 몸이 된다"는 뜻이죠. 너아일체는 상대와 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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