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이 다가온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벌써 2주년. 그대를 만나 같이 보낸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대와 함께 한 기억이 이제 우리의 기억이 되었다. 결혼이란 의식을 치른 날, 너와 내가 공식적으로 우리가 된 날이 이제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이런 감상에 젖어 내 가슴은 두근거린다.
그런데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더 있다. 이 두근거림에는 약간의 긴장과 불안이 섞여 있다. 결혼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하지만 결혼 후 현실에서는 피할 수 없는 질문에서 또 다른 두근거림이 시작된다.
‘이번 결혼기념일에 나는 그대에게 무엇을 사주어야 할까?’
작년 기억을 떠올려 보자. 나는 아내에게 무엇인가를 사주려 했다. 하지만 아내가 원하는 것은 내 생각 외의 것이다. 아니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넘었다. 작지만 반짝 빛나고, 가볍지만 그 값어치는 가볍지 않은 것.
이때 나의 고민은 깊어졌다. 이미 나는 아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투머치(too much, 과도한)’다. 그 작은 금속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아무런 기능도 없는데. 금값이 아무리 올랐다 한들,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사치일 뿐이다.
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 선물이라는 것은 그녀에게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사랑의 증표이다. 잡히거나 보이지 않는 사랑이 그 작은 선물을 통해 잡히고 보인다. 그렇기에 크기와 성능과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그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과 그것을 받았을 때의 따뜻함이 전부이다.
원하는 것이 분명한 아내와 선뜻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하는 남편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서로 말을 하지 않지만 부부 모두 그 긴장을 느낀다. 설렘으로 다가와야 할 결혼기념일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선물에 대한 가치는 다르기에, 반복되는 결혼기념일의 긴장은 시작된다.
아마도 올해는 이럴 것 같다. 원하는 것이 분명한 아내는 변하지 않는다. ‘가심비(價心比)’보다 ‘가성비(價性比)’를 중요시하는 남편도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는 조금 욕심을 버리고, 남편은 조금 욕심을 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을 잃지 않는 것, 서로에게 사랑을 표시하는 것이다.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되지 않는가? 그깟 선물 하나 때문에 결혼기념일을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내 생각’보다 ‘우리의 감정’이 중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이번 결혼기념일도 무사히 넘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