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엘에게 3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등 Apr 20. 2024

차이를 바라봅니다

L


당신과 나는

분명 간격이 있고 그<사이>에서 만나 중요한 체험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당신에 대해서 <안다>라고 말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안다>와 <모른다> 사이에서 한동안

공감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존중할 수 없음에 좌절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어루만지고 싶었으나

우리 <사이>에 놓인 차이가 자주 나를 외롭게 했음도 인정합니다.


당신은 내게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것을 품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의 이름, 나의 눈썹, 그 보다 깊숙한 내 눈 안에 당신을 바라봅니다.

바라보니 보입니다.

바라보니 그리워집니다.

<사이>에 놓여있던 결핍과

용서를 구하는 마음과

상처와

동굴 속에 있는 작은 짐승과

길 떠나는 영혼까지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들이 당신을 알게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사이>에 있는 차이를 인정한다는 말이며

혼자라는 말은 그 차이를 이해한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L


무수한 차이 속에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 아름다운 차이, 저 날갯짓할 수 있는 공간들  

그러나 촘촘한 당신


당산을 바라보는 동안에

당신은 당신의 그늘로 들어가 꿈을 꾸십시오

그곳은 알 수 없는 곳

그러나 당신이 그곳에 있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