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운수 사나운 어제
서랍 속에서 반나절 양말을 베고 누웠지
아무도 전화하지 않더군
운수 좋은 오늘은
정수기 물을 마시듯 소주 반 병 비웠네
내 몸은 구겨진 내 詩를 닮아
구겨져야 비로소 살갗이 살갗을 비비지
뭉개진 선 안으로 머리를 밀어 넣고
발목은 대충 접어 시어 몇 개 사이를 오락가락하였지
행간마다 온통 나를 증명하라고 외치는 통에
정신없이 바다로 도망친건 밤 한 시였어
검은 유리알 같은 바다는
붉은 십자가를 어깨에 꽂고
찰싹찰싹 내 뺨을 내리치더군
달은 내가 버린 난자,
밤 비둘기처럼 울고 있었네
울고 있는 것들은 한통속이지
한때는 소주처럼 맑았던 시 한 줄
나일지도 모를 달에게 연서처럼 바쳤지
(누구는 5 천통이나 썼다지만)
세포가 분열할 때도 푸른빛이 나올까
깊은 밤이 이토록 푸른 까닭을
그냥 묻고 싶었어.
어쩌면 내일도 운수가 좋다면
나는 여전히 나이길
출근하는 나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