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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May 03. 2024

손목

손목



일요일 벤치에 앉아

아직 부재중인 내 손목을 본다.

대 여섯 살 녀석이

한 손에 아이스크림 목을 단단히 잡고

한 손은 건장한 사내 손아귀에 매달린 채

새순 같은 혀로 나를 향해 메롱메롱 연발이다


누구든 한 때는 손목에 줄기가 뻗는다

누구든 한 때는 조망 조망한 바람이 손목에 매달리고

쥔 것을 놓을 줄 모르는 시기가 있다

빛과 그림자가 넘나드는 숲 속을 산책하고

무수한 소문과 동거를 하며

흰 창살에 붙어 찌륵찌륵 우는 별을 따기도 한다


스물아홉 프레스에 손목이 잘리고

서른둘 그 후론 기억이 없다

어디쯤에서 뜨거움을 만졌던 것일까

한차례 환각통에 진저리 친다

여전히 쥐고 있을 것 같은 순한 것들


자꾸 돌아보고 내미는 녀석의 혀에 꽃이 폈다

사내에게 질질 끌려가면서도

나에게 메롱메롱 연발이다

붉은 해는 녹아 길 위에 질척인다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손목에서

새순이 돋는 것일까. 간지러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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