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일요일 벤치에 앉아
아직 부재중인 내 손목을 본다.
대 여섯 살 녀석이
한 손에 아이스크림 목을 단단히 잡고
한 손은 건장한 사내 손아귀에 매달린 채
새순 같은 혀로 나를 향해 메롱메롱 연발이다
누구든 한 때는 손목에 줄기가 뻗는다
누구든 한 때는 조망 조망한 바람이 손목에 매달리고
쥔 것을 놓을 줄 모르는 시기가 있다
빛과 그림자가 넘나드는 숲 속을 산책하고
무수한 소문과 동거를 하며
흰 창살에 붙어 찌륵찌륵 우는 별을 따기도 한다
스물아홉 프레스에 손목이 잘리고
서른둘 그 후론 기억이 없다
어디쯤에서 뜨거움을 만졌던 것일까
한차례 환각통에 진저리 친다
여전히 쥐고 있을 것 같은 순한 것들
자꾸 돌아보고 내미는 녀석의 혀에 꽃이 폈다
사내에게 질질 끌려가면서도
나에게 메롱메롱 연발이다
붉은 해는 녹아 길 위에 질척인다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손목에서
새순이 돋는 것일까. 간지러운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