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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오는 길에 고개가 두 개 있습니다.
작은 고개, 큰 고개를 넘어서
달을 달고 산을 지고 휘돌아 내려오면
저 까만 대나무 울타리집이 내가 사는 곳입니다
이렇게 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면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귀신들이라도 고개를 내밀 것 같아
오늘은 동시 하나를 외우며 고개를 넘었습니다.
*떡 장수 할머니가 고개를 넘어가는데
호랑이가 나타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했답니다
할머니가 광주리에서 떡을 꺼내 주는데
기다란 가래떡을 한 가닥 꺼내 주는데
어찌나 어찌나 기다랗고 기다란지
하루 먹고 이틀 먹고
한 달 먹고 두 달 먹고
한 해 먹고 두 해 먹고
먹어도 먹어도 너무나 기다란 떡이라서
할머니도 늙어가고 호랑이도 늙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몇 줄은 빼먹고 외우다가 쓸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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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째서 호랑이 옆에서 늙어간답니까
호랑이는 어째서 그 떡 다 먹도록 할머니 곁을 떠나지 못한답니까
할머니도 구시렁구시렁
호랑이도 구시렁구시렁
한 세월 고개를 넘다 보면 할머니 무덤 옆에 호랑이 무덤
사이좋게 나란히 생기겠지요
할멈 할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자꾸만 자꾸만 꿈속일랑 가슴속일랑 헤집으며 나타나
떡하나 달라고 조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고개를 넘어설 때
빗소리만 가득하여
어디선가 타닥타닥 발소리만 들리는데
할멈 할멈 부르지도 아니하고
떡 하나 달라고 조르지도 아니하고
등도 보이지 않게 어둠만 불러놓고 당신이 돌아서는데
가래떡처럼
비만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위기철의 「가래떡」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