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우체국에서
L ,
비가 내렸습니다.
우산을 접어 우체국 안으로 들어서자
혼자 앉아있던 국장님이 나와 손수 우산을 받아 털어 주며
적당히 와야 할긴데, 하십니다.
아가씨는 어디 갔냐 물었더니
비 오고 해서 달걀 몇 개 삶는다 했다, 하십니다.
젖을까 품고 왔던 책을 꺼내자 무어냐 물으시기에
연애편지라며 실없이 웃었지만
뜨끔했어요. 연애편지라니요.
비가 온다는 핑계 삼아 농담이 하고 싶었나 봅니다.
시를 읽다가
갑자기 읽던 시집을 그에게 보내주고 싶었지요.
주소조차 몰라서
마을 이름과 이름 석 자 적어 놓으며
이래도 갈까요? 하고 물었더니
그때 아가씨가 삶은 달걀 몇 개 담아내오다
뭔데예? 하고 되물었습니다.
국장님이 연애편지라 대신 대답하며 푸시시 웃습니다.
국장님은 요금을 계산하고 우편번호를 찾아 기입하고
아가씨는 하얀 달걀을 매끄럽게 벗겨 소금을 찍어
이물 없이 국장 님 입에 넣어 주고
또 하나 벗겨서 내 손에 쥐어줬어요.
굵은소금 몇 개가 아가씨 주근깨 모양 정겨웠습니다.
비가 우체국 문 앞에서 기웃거리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달걀 때문에 세 사람이 더욱 가까이 서서
웃음소리가 높아졌어요.
이름만 굵게 적힌 내 편지는 뽀송뽀송한 자루 속으로 떨어졌고요
우체국을 나서는데
아가씨는 -가입시더- 했고
국장님은 -잘 갈깁니다- 했습니다.
L ,
나는 정말 잘 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