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엘에게 13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등 Feb 21. 2024

늙음에 대해

L


45세가 정년이라는 '사오정'

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놈이라는 '오륙도'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존경받던 시대는 지난 듯합니다.


티브를 보면 온통 童顔동안신드롬에 피터팬증후군에 젊음 자체가 우상이 되고 있더군요.

오늘 아침만 해도

거울을 보며 흰머리카락이 늘었고 머리숱은 더욱 없어지고

눈가의 주름이 깊어 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어요.

어디 젊어지는 약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우울했답니다.


그러다 생각해요.

키케로는 대자연의 흐름에 맞서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말합니다.

소포클레스는 늙어서 욕망을 느끼지 못하니 아쉽지 않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욕망이라는 잔인하고 사나운 주인에게서 이제야 빠져나왔는데!"


그래요 늙음이란 죽음과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지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일입니다.

젊은 날의 들끓음이 수그러들고 고요함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거운 일입니다

 '모든 포도주가 오래되었다고 다 시어지지는 않는다.'라고 한 키케로의 말처럼

늙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각자의 몫이겠지요.


솔론은 "나는 매일 무엇인가를 더 배우면서 노인이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대로부터 나를 배우며

또 세상의 이치를 들으며 노인이 되었으면 해요.


L


그대는 나의 늙음에서

언제나 맑고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사랑을

퍼 올려 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그대 앞에 서 있는 동안

나는 나의 늙음을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