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날아가지 않는 것은 없고
나는 날마다 조금씩 멀어져서
누군가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게 될 즈음 아마도
태평양 한가운데 작은 섬에서
붉은 고양이 한 마리와
노란 뱀 한 마리와
밤새 배 저어 왔을
피리 부는 목동과 함께 있게 될 것입니다.
L ,
그녀와 막걸리를 한 잔 했습니다.
그녀는 T교수를 사랑한다 했어요. 아마도?
물론 T는 그녀의 남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그럼 너의 남편 H를 나 줄래?
그랬더니 그녀가 그러더군요
막걸리 세 사발만 더 사라 그럼 내 남편을 주지
다시 내가 그랬습니다.
막걸리 다섯 사발을 더 사지 그러면 H와 T 둘을 나 주겠어?
잠시 생각한 그녀가 그러더군요
그럼, 빈대떡을 하나 더 시키고 그리고 막걸리를 더 시키자
왜 그리 통쾌하게 웃던지
하지만 그녀도 모르는 것이 하나 있어요.
태평양을 막걸리로 채운다 해도
토해내지 못할 것이 있다는 것
L ,
그녀가 발그레한 얼굴로 나를 보았어요.
게슴츠레한 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그녀가 중얼거렸지요.
섬 하나 발견하거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냅다 뛰어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나는 갈 거야 태평양 작은 섬으로
다랑어 한 마리 길들이고
미역을 말려 지붕을 얹어
밤이면 그 미역 씹으며 뚫린 지붕 사이
별을 보며 두고 온 나를 그리워할지 모르지.
막걸리 잔 속에 태평양이 그득한데
그녀는 기분이 좋아져
원더풀, T, H, K, 자기 다 가져라
3D 프린트가 나왔다면서?
그런 사람 복사하는 건 일도 아니라면서?
웬만한 로봇은 함께 눈물도 흘린다더라
내 모를 줄 아니
내 모를 줄 알았지?
세상이 아니라 술이 미친 거야
술잔을 떨어뜨린 그녀가 다시 말했어요.
시가 나오지 않아 , 詩가.
그뿐이야.
시가 없는 사랑은 사랑도 아니야
별거 아니야.
그리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