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마음을 부여잡고
어젯밤 10시, 큰 결단을 내렸다.
큰 결단인 만큼 앞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 많겠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은 우발적으로 결정했다.
복잡한 마음에 평소엔 한 장도 못 채우던 일기를 두 장, 세장 씩 써 내려갔다. 아니 써내려 가졌다. 마음에 얹혀가는 생각들을 그렇게 글로써 해소하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새벽 1시에 잠시 눈이 떠졌다. 무의식 중에 다시 잠들었다면 좋았겠지만 내 의지와 다르게 의식의 세계로 들어와 버렸고, 자기 전에 내린 결정이 잘한 일인가에 대해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기 전 적었던 일기를 다시 꺼내 읽었다. '그래 잘한 일이야.' 하고 이내 다시 잠들었다.
아침이 됐다. 다시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10분간 명상을 했다. 나의 복잡함을 담고 있기에 집은 너무 좁은 것 같아,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주변 카페를 검색하고,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갔다.
평소 아메리카노 한잔에 5,000원 이상 소비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나지만, 오늘은 무려 7,000원을 지불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적한 곳을 찾고 싶었다. 내 마음이 복잡한데, 더 복잡한 곳을 가는 것은 나를 괴롭히는 일이다.
적당한 여유와 적당한 인기척이 있는 곳. 테이블 간 적당한 거리가 있어 여백을 느낄 수 있는 곳.
마음이 한결 낫다. 하지만 일시적인 것이라는 걸 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착잡해질 것이고, 저녁시간이 되면 다시 내 마음은 일렁일 것이다. 이따금씩 내 결정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것이다.
하지만 버티고, 견뎌내는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 내게 위임하는 새로운 업무들을 묵묵히 해결해 나가야 하듯, 나 자신이 나에게 내린 결단 또한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더 단단해질 나 자신을 위해서.
모든 과정은 혹독하기 마련.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다잡고, 다시 쉬운 길로 돌아가고 싶겠지만 모든 것이 해결돼 있을 그 순간만 생각하며 견뎌내자.
변화를 도모하고 싶다면, 우리를 짓누르는 문제들을 아주 작은 것으로 만드는, 그런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은 크디큰 일로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땐 그랬지' 싶은. 인생에서의 한 순간에 불과한 일로 남을 것이다. 그동안 많이 배웠고, 많이 경험했다.
그러니 복잡한 마음이 들 때마다,
복잡한 마음을 글로 적자. 복잡할만한 이유도 적자. 그리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반복해서 읽자.
모든 것이 해결돼 있을 그 순간만 떠올리자.
내 복잡함을 흡수해 줄 공간에 찾아가자.
하염없이 걷자.
명상을 하자.
이것들을 반복하다 보면, 나는 어느새 해방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