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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Nov 16. 2021

주택, 불편하다구요?

나는 지난 일주일은 정말이지 회사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전원주택 이사 간 것이 소문이 빠르게 나면서 전화도 많이 받았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이사 가니 어때?”

“이사 가니까 좋아?”

내 대답이 어떻든 사람들의 반응은 곧 이렇게 통일된다.

“난 그래도 아파트가 좋더라”


뭐 사실이니까.


지금까지 내가 느낀 불편한 점은 이렇다.

1. 음식물쓰레기 처리

2. 출퇴근 소요시간

3. 이층 집이라 세탁물을 가지고 오르락내리락

4. 쓰레기 분리배출 픽업이 더디다

5. 온수가 아파트처럼 일정하게 따뜻한 느낌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불편한 점이 별로 없다.

1번은 돈으로 해결했다.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

2번은 사실 좋은데 한 오분에서 십오 분 정도 차이 나는 거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가 차 안에서 라디오 듣는 것이기 때문. 갈 때는 ebs 라디오 듣거나 kbs 클래식 올 때는 mbc 배철수 그리고 가끔 유튜브로 재테크나 자기 계발도 듣는데 예전보다 오히려 길게 들어서 더 좋다

3. 바구니를 하나 들였다 하지만 불편은 하다.

4. 이정도 고통은 이겨내야지!  

5. 어쩌겠누

하지만 이 다섯 가지를 빼고는 좋다. 난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그 전엔 휴지로 생을 마감하게 도와줬을 창문에 붙어있는 무당벌레도 손으로 들어 올려 밖에 돌려보내 주고. 하이힐을 신고 지하에 주차된 따뜻하고 뽀송한 자동차에 올랐던 나는 플랫 슈즈를 신고 자동차 안에서 신을 갈아 신는다. 배달도 안되니까 주변 식당에 운전 해 가서 테이크아웃을 한다.


좋은 것은 정말 많다.

이사떡 대신 롤케이크를 들고 갔더니 다른 이웃까지 초대해서 커피와 간식을 내어주는 앞집. 곤충채집이 취미여서 민달팽이를 보여주러 온 옆집 꼬마 아이 등 따뜻한 이웃.

마음껏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

조금은 귀찮지만 바비큐 그릴을 사서 매일 고기를 구워 먹고 친구들과 술 파티할 생각에 즐거운 남편

정말 예쁜 새소리

신선한 공기

자기 전에 세탁기를 돌려도 되고

피아노를 쳐도 첼로를 켜도 눈치가 안 보인다.

그뿐인가 아파트 살 때는 꽃 좀 보겠다며 한 달에 두세 번은 꽃을 샀는데 이제 꽃밭을 갖게 되었다.

전원주택의 꽃 바베큐그릴

그래서

무작정 불편하지. 하는 분들께는 이렇게 대답한다.


“좋은데 불편해요”


사실 나도 아파트의 편리성은 부정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내 대답은 사실 끝이 아니다.


“다섯 가지 빼고요. 좋은 게 백가지는 되는 거 같아요”


이삿짐센터 기다리며 새소리 들으며 마시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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