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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Aug 04. 2022

좀도둑 네 이놈

이것저것 훔쳐가는 좀도둑이 골치다.

발자국도 남기질 않고

소리 소문 없이 이것저것 훔쳐먹는다.


수법도 고약하다. 주인 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껍질만 남겨놓고 호도독 알맹이만 도둑질 해가는 좀도둑


도둑질해 가려면 껍질까지 가져가야지 옥수수 알맹이만 쏙 빼먹는다. 망을 쳐볼까 하다가 뭐 얼마나 많이 먹겠어했더니 이게 웬걸. 옥수수 반타작도 하지 못했다. 깨끗하게도 먹어 옥수수 깡치만 남은 옥수수나무는 보기가 안쓰럽다. 주인이 게으른 탓인지 좀도둑이 너무 빠릿빠릿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옥수수뿐인가


블루베리 네그루. 집 계약하며 제일 기대되었던 날이 나무에서 블루베리 따서 요구르트에 넣어 먹는 것이었는데 우리 집을 찾는 좀도둑은 블루베리가 파랗게 되기도 전에 다 먹어버린다. 나무 하나에서 아이 한주먹만큼 수확한 게 전부다. 좀도둑에게 다 빼앗기다니 분하다.


분하다. 아깝다. 하지만 어쩔  없다. 좀도둑이 누구인지 아니까. 범인은 범죄 장소에 나타난다 그러지 않았던가.


귀여운 도둑 다람쥐 

어느  남편이 매실나무 밑에 떨어진 황매실을 보고는 혹시 기어 다니는 동물들이 올지 모르니  치워야겠다고 나에게 얘기했다.  그래~ 아무런 생각 없이 대답한 나는 다음날 아침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매실나무 주위로 남편이 이야기한 기어 다니는 동물이 서성대는 것이었다. 여기로 저기로 돌아다니는 폼이 Mouse와는  달라 계속 지켜보니 다람쥐. 내가 찾은  번째 도둑. 귀여운 얼굴로 매실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먹는데 나는 그날 다람쥐와 사랑에 빠졌다. 매실이 많지 않아서 인지 고놈의 매실을 찾느라 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는데 한두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남편이 봄에 만든 다람쥐 먹이대에 호두를 놓아뒀다. 진짜 호두가 없어지고   나는 정말 다람쥐일까 혹시 mouse 아닐까 싶었는데 다람쥐를   걱정이 사라져 버렸다.


이쁘니까 봐준다 물까치

나는 우리나라에 이리 많은 종류의 새가 사는 줄도 몰랐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들이 우리 집을 찾는가 한편 목소리만 들리는 뻐꾸기 호랑지빠귀 같은 새도 우리 동네 주민이다. 옥수수를 껍질을 벗겨가며 먹는 재주가 있는 줄 몰랐던 까치는 우리 집에 자주 날아오는 새이고, 블루베리는 회색 하늘빛 꼬리가 예쁜 물까치랑 직박구리한테 다 빼앗겼다. 얇은 블루베리 나뭇가지 휘청거려 앉을 곳도 없어 보이지만 고도의 기술로 쏙쏙 빼먹었나 보다.


블루베리 나무가 있어도 집에 옥수수가 있어도 마트에서 블루베리 옥수수를 사 먹어야 하는 형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좋다. 내 눈은 즐거우니까. 그런데 혹시 우리 아들꺼 앵두도 도둑질 한 사람?

너무도 소중한 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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