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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Sep 18. 2022

성가신 전원 주택살이

장점이 단점을 압도하지만 주택살이는 영 성가신 것이 아니다. 일 년이 채 되지 않았건만 티브이에 아파트 층간소음이 자주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아파트 생활에 대부분 불만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수염보다 자주 깎아야 하는 잔디

잔디보호 팻말을 붙여놓은 공원을 지나다가 사람 나고 잔디 났지 잔디 나고 사람 났냐 소리를 스스럼없이 했는데 이게 웬걸. 정녕 잔디는 아이돌보듯 돌보아야 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여름이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거나. 잠시 눈을 떼면 잡초가 자리를 차지하거나 한눈팔면 일부가 빛을 바라며 듬성듬성 해 지기도 한다. 영화에서 보는 그러한 잔디깎이는 웬걸 예초기로 해야지 시원하게 잘 자를 수 있다는 것. 아시려나 모르겠네.


배달료 만원이요.

배민은 물론 스세권(스타벅스) 맥세권(맥도널드) 였던 우리 아파트.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 슈퍼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배달이 될리는 만무하다. 혹여 운이 좋게 배달이 가능한 피자가게가 있다고 한들 브랜드가 있는 피자가게도 아니요 배달료는 만원이라 하니 먹고 싶어도 입맛만 다시는 수밖에. 퇴근길에 들러 테이크어웨이 하는 피자는 식지 않는 게 다행.


벌레 곤충과의 전쟁 

맨 처음 이사 올 때 전 집주인이 하던 말이 떠오른다. 이 벌집은 떼어 줄까요? 벌집이 생기면 부자가 된다던데. 우리는 그냥 놔뒀거든요. 벌은 물론 무당벌레 집게벌레 등 다양한 벌레가 마당에 돌아다닌다. 귀여운 다람쥐가 방문하지만 두꺼비도 있고 뱀도 있어 가끔 놀란다. 자연과 공생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가끔은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는데 언제쯤 이 생명체들과 친해지려나.


예쁘게 예쁘게 바쁘게 바쁘게

이번에 보니 옆집에 핀 수국이 이뻐 보이네. 아니 콩꽃이 이렇게 예쁘기야? 남의 집에 피어난 꽃을 보면 아.. 나도 뭔가 해야 하는데 라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사로잡힌다. 남편은 여기를 이렇게 해서 말이지 이쪽에다가 이 꽃나무를 옮기고 저기에는 불멍 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말이지.라는 소리를 내귀에 인이 박히도록 한다. 다들 예쁜 집과 정원이고 다행히 우리 집은 전 주인분이 잘 가꿔 놓아 주신 덕에 이 꽃이 지면 저 꽃이 피는 자연스레 피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 아직은 우리의 아이디어가 하나도 닿지 않은 그런 정원이다. 다들 예쁘게 만드느라 바쁘고 나 또한 관심없지만 남편아이디어 들어주기에도 바쁘다.


추워 그리고 더워

아파트에 살 때는 지금이 겨울인가 밖이 꽁꽁 얼어도 지하로 들어와서 지하로 나가니 겨울인지 봄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주택에서는 입 추전과 후 경칩 전과 후 처서 전과 후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느껴진다. 물론 단열을 잘해놓아 집 안에서는 그리 심하진 않지만 냉탕과 사우나를 구분하는 것처럼 그리 기온의 변화는 느낄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성가심은 잠시뿐 

잔디밭과 푸른하늘보며  커피를 마시고

남편이 허술하게 만들어 놓은 화로 앞에서 불멍 하며 마시멜로 먹는 아이의 숯 그을음 뭍은 얼굴을 보면  

참 이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희한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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