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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Jan 17. 2022

추울땐 빈둥거리기가 최고지!

초등학교 때 방학이 되면 나와 내 동생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에 며칠씩 묵곤 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엄마 아빠께 심심해 심심해를 입에 달고 살던 우리 둘은 쫓겨난 것 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시골에 가면 집에서 친구들과 뭔가를 하거나 놀러 다니거나 목적성 있는 일과를 보내지도 않고 빈둥 거렸지만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부뚜막 앞에서 부지깽이로 밥 짓는 불을 살피며 노래불러주시던 할머니의 노래 감상하기 

다락방에서 아빠삼촌고모가 읽던 책 읽기

앨범꺼내보기

인기쟁이 우리삼촌이 받은 엽서 읽어보기(그때는 여자후배사 선배를 ‘형’이라고 불렀다!)  

 키보다   포대자루에 담긴 고구마 꺼내 깎아먹기  

눈이 오면 신나게 비료포대 타고 산 내려오기

방학에 할머니  신세 지고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할머니들 모임에 끼어 놀기  


뭔가 적극적인 방식의 놀이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세탁소도 찾지 않는 도심의 가장자리 아니 가장자리의 저 너머 시골에 살게 된 우리는 주말이 되면 바쁘다.

도심에 살 때는 주말에 나를 깨우는 아이를 데리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카페네 동물원이네 키즈카페네 나중에는 코로나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게 된 신세로 시간이 이리 늦게 갈 수가 없었는데 이곳 전원주택에서는 하릴없이 빈둥거리는데 그 또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한다.


거실에 누워 지나가는 구름 감상하기

밖에 굴러다니는 나뭇잎 쓸어내기

물까치 쫓아내기(아이는 장난치느라 새가 와서 노래 부르는 꼴을 못 본다. 훠이! 훠이!)

굴뚝 청소하기

밖에 꽁꽁 얼어버린 고드름 떼어내기

빵 만들어 이웃과 나눠먹기

수레 주차시키기 등

별다른 혹은 특별한 것들을 하는 것 같지 않지만 하루가 금세 지나가버린다. 여기에 아이가 트램펄린과 공놀이가 더해지면 시간은 쏜살 같이 가버린다.


이게  그런 고니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주택 생활에서는 자연과 함께 하고 그 변화가 신기해서 하는 반응 들이겠거니. 새가 날아오거나, 구름 떼가 우리 집 위를 지나가거나, 낙엽이 떨어져 마당을 채우거나. 이웃이 우리 주변을 맴돌거나. 물이 얼거나.


태생이 유유자적 천하태평인 남편이 밖에서 어슬렁 거리며 아이에게 하는 말을 듣노라니 우스우면서도 이렇게 맞는 말이 없는 듯하다.


"Doing nothing outside at our house is better than doing nothing in the apt”


아파트서 빈둥거리기보다 주택에서 빈둥거리기가 훨씬 재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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