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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Mar 23. 2022

고양이, 우리 집에서 마지막을

고양이가 자고 있어!

남편이 외쳤다.

아이와 나는 일어나자마자 남편의 소리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따뜻해져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는데 그 아래를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엄마! 고양이야!"

행여나 고양이가 잠을 깰까 나는 흥분한 아이를 향해

"쉿!" 하고 속삭였다.


밤새 사냥을 해서인지 인기척에도 놀라지 않는 고양이를 남편은 나가서 자세히 살펴본다.


“이상하네 고양이가 이러지 않을 텐데…”


앞발질을 몇 번 하더니 다시 잠이 든다.

남편은 배고픈 고양이인가 일단 밥을 좀 줘보자고 했다.

나는 며칠 전 사놓은 참치 통조림을 하나 꺼내 남편에게 전달하고 남편은 물과 참치를 담은 그릇 두 개를 고양이 앞에 가져다 놓았다.


“이상해… 아프거나 다친 거 같아.”


고양이는 물을 향해 앞발을 몇 번 휘젓더니 이내 또 잠에 들었다. 나는 동물구조센터?로 보이는 곳에 전화했지만 아홉 시 이후에 업무를 시작한다 했다.


우리는 바쁜 하루 일정을 앞두고 고양이를 걱정하며 그렇게 집을 나섰다.

동물구조센터, 동물병원, 기관의 동물구조팀에 여러 차례 전화하고 결국 동물구조팀에서 고양이를 데려가겠다 답변이 왔다.혹여나 나는 고양이가 그새 집을 떠나진 않았는지 밥이라도 먹었는지 그리고 우리 집에서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점심시간에 집에 들렀다.

혹시나 했지만 고양이는 눈을 뜨고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남편에게 전화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죽었어… 눈을 뜨고 있네…"


집에 부리나케 오면서는 사실 왜 하필 우리 집이야… 설마 우리 집에서 죽지는 않겠지… 다른 집도 많은데 바로 옆에 산도 있고 들도 있는데… 라는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말을 잇지 못하는 내 감정을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고양이는 우리 집에 여러 차례 왔었을까?

우리 집이 따뜻해서 가끔 들렀던 것일까?

어디에서 다친 걸까? 어디가 아팠던 걸까?

아니면 그저 죽음을 직감하고 가까운 곳을 찾았더니 이곳이었을까?


"너희가 마지막 인사를 잘해줄 거라 생각했나 보다. 왜 그런다고들 하잖아…"

친한 언니는 나에게 그렇게 위로를 해 주었다.


그래. 어쩌다 너와의 인연이 이 정도인가 싶지만

오늘 우리 집이 너에게 따뜻한 온기 있는 마지막    있는 공간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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