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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Nov 21. 2021

고양이 손님

아이와 고양이와의 짧은 만남

카톡으로 사진이 왔다.

뒷마당 텃밭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색 고양이


남편은

우리 아이가 고양이를

고양이가 우리 아이를

서로 얼마나 좋아하는지

서로 얼마나 잘 따르는지에 대해 얘기하며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내가 밥 주지 마세요 라고 연락을 하려고 하면

밥을 주고 있는 사진을


내가 집에 절대 들여놓지 마세요 라고 하려면

집 데크에 데려다 놓고 고양이를 보살피는

사진을 보내왔다.


항상 늑장 부리는 거 같은 남편도 웬일로

나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


남편은 갑자기 나에게 전화를 다급히 하더니

“떠돌이 고양인 줄 알았는데 주인이 있었어. 주인이 가져갔다가 다시 오더니 우리한테 키우래!”

나는 곧장 “안돼”라고 했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는데

끈질기게 카톡을 보내왔다.  


“집에 가서 고양이 있으면 나 집 나간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 아이만 자꾸 쫓아다녀”

“밥 주지 말라고 했지. 어디서 어떻게 돌아다니는지도 모르는데 왜 집안에 데려오는 거야! 얼른 밖으로 내보내!”

“밖에 나가면 죽을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집에 고양이 있으면 나 집에 안 들어간다!”

남편하고 나는 한참 실랑이를 했다.

이따 문자가 왔다.

“해결했어. 아이는 슬프지만 내가 잘 설명했어. 많이 좋아했는데. 내가 설명했더니 좀 괜찮아졌어”


하지만 아이의 슬픈 표정과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마음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아이도 남편도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계속 반대해 왔다.


사실 나를 뺀 우리 김 씨 집안은 정말 동물들을 좋아하는 집안이다.


우리 남편은 할머니 댁에 와서 백구인 ‘하리’가 정말 잘 따르는 모습 때문에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결혼 오케이를 받았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말할 것 같으면 작은할머니가 유기견을 도맡아 키워주시고 아이고 우리 하리~~~ 하시던 할아버지 음성이 아직도 떠오른다.


한지공예를 하는 우리 고모는 사촌동생이 키우던 햄스터 노돌이(노란색 돌 같아서)에게 한지로 튼튼한 놀이터도 만들어 주시고 눈에 질병이 생겨 큰 병원에 데려가 수술하고 경과를 지켜보기 위에 동생과 시간을 나눠 밤을 새기도 했다.


나는? 나는 근 20년 전 작은할머니가 여행 가시면 알바로 시외버스를 타고 동생과 강아지 돌봄 아르바이트를 갔다 왔고, 주변에 항상 반려동물이 있었다.


나는 아직 우리 집에 구성원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둘째를 낳으라는 주변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계속 외동을 고집하는 이유와 마찬가지이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러는게 아니다. 우리 집에 ‘식구’가 하나 더 늘어 난다는 생각에 아직은 불편하다.


아이가 주택에 이사 와서 처음 생긴 친구와 이별을 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간 마음을 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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