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사는 마루가 겨울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기 때문에 오히려 바깥에서 사는 개들에 비해 추위에 취약할 수 있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골든 레트리버의 털은 이중모로 체온 유지에 탁월하기 때문에 (그만큼 털도 많이 빠지지만) 남편은 시베리아에 내놓아도 살아남을 거라며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오히려 옷을 입은 게 더 불편할지 모른다고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제 아홉 살이나 된 할아버지 개를 날추워지는데 그냥 내보낼 수 없었고, 게다가 마루는 덩치가 크니까 내가 입던 옷을 리폼해서 입히면 잘 맞았기에 돈 들여서 새 옷을 살 필요도 없었다. (리폼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이, 팔은 대충 자르고, 등판은 헤벌레 하면 소변볼 때 묻을 수 있으니 배 쪽을 좀 더 깊게 파서 허리둘레에 맞춰주기만 하면 끝이었다.)
내 옷을 리폼해서 입혀도 멋지게 소화하는 마루, 이것이 개간지로구나!
매년 그렇게 내 옷을 리폼해서 입히다가, 어디선가 레트리버 정도의 크기는 송아지 방한복이 딱 맞는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내 옷도 잘 맞으니까 딱히 필요했던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니까 구매해서 마루에게 입혀보니 찰떡이다! 마루도 송아지 색깔이 아니었던가! 옷이 쏠리거나 돌아가지 않게 다리에 끼우는 고무줄도 있고, 깔깔이 재질이라 때도 잘 안 탄다. 겨울엔 이만한 옷이 없다 싶을 정도로 나의 구매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송아지 방한복을 송아지보다 더 찰떡으로 소화해내는 우리 마루 (송아지 사진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0831791)
작년에 이렇게나 송아지 방한복에 만족했는데, 나의 만족도를 더 높여줄 만한 걸 발견했다. 방한복을 찾아 인터넷의 바다를 떠다니다가가격이 오십만 원 가까이 되는 나이O의 대형 담요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마루의 방한복과 비슷한 것이었다! 친환경 소재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마루 옷보다 더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 마루 옷은 마루 체형에 맞춰 핏이 찰떡인데, 이 옷은 그냥 대형 담요 스똬일이라 조금 성의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마루 옷은 나이O 가격의 약 1/25이니, 가성비와 가심비를 두루 갖추었다 이거지!
올해 옷 한 벌 사줄까 하던 마음이, 이 사진 한 장으로 싹 사라졌다. 마루야, 네 방한복은 잘 더러워지지도 않지만 빨면 또 새 거 같아! 엄마 눈엔 나이O 옷보다도 더 좋아 보이니까, 이거 우리 해질 때까지 입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