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대노 Oct 25. 2022

시골 개 밤 산책

시골에 살면 개도 사람도 자연을 느끼며 자유롭게 살 것만 같지만, 사실 시골에 사는 개들은 산책이 쉽지 않아 오히려 더 답답한 환경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집집마다 개를 키우니, 산책할 때마다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며 다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개념 없이 대형견조차 풀어놓는 사람들이 있어 어디에서 갑자기 개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항상 긴장하고 조심해야 한다. 루루나 코코처럼 작은 개들이야 내가 물리더라도 안고 들어 올리면 그만이지만, 마루의 경우에는 너무 겁이 난다. 옆집 순돌이에게 물린 이후로는 더 무섭다.


우리 옆집 순돌이는 1미터 목줄의 개로 살아가지만, 워낙 힘이 좋다 보니 목줄을 끊고 탈출하는 날이 종종 있다. 그렇게 탈출한 순돌이 때문에 마루와 내가 다치기까지 했지만 그 뒤로도 순돌이는 종종 탈출에 성공해서 마을을 자유로이 돌아다닌다. 순돌이가 탈출한 걸 보고 순돌이 어머님께 바로 전화를 드려도 "아휴, 그놈의 새끼 또 나갔어요?" 하는 정도의 반응이고, 다시는 위험한 상황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나는 점점 더 산책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내 개는 내가 지키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점점 남편이 있을 때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런데 남편과 산책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와 밥 먹고 대충 치우고 나갈 준비를 하면 벌써 밤 아홉 시가 넘는다. 시골은 집들이 모여있는 곳 외에는 가로등이 많지 않다 보니 깜깜한 밤길을 다니는 게 위험하기 그지없다. 내가 깜깜한 밤길을 운전하다가 사람을 만나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데, 다른 운전자들도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만나면 얼마나 놀랄까.


그래서 시골길에서 밤 산책을 하려면 야광조끼가 필수다. 야광조끼를 입고 불빛을 받으면 그 존재감이 드러나니, 어두운 길에서도 운전자들이 조심해서 길을 피해줄 수 있다. 자동차 소리가 들리면 내가 먼저 라이트를 남편의 형광 조끼에 비추어 "여기, 사람 있어요! 조심해주세요!"라고 알린다. 남편은 어차피 자동차 라이트가 비추면 우리가 보일 거라고, 내가 손전등을 비추어 야광 조끼를 먼저 밝힐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운전자에게 조금이라도 먼저 사람이 있으니 놀라지 마시고 안전 운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 마음이 오늘도 남편의 등에 손전등을 비추게 한다.



있다 vs. 없다. 왼쪽 사진에도 남편과 마루가 있다는 사실!! 깜깜한 시골길에서 밤 산책을 하려면 개도 사람도 야광조끼가 필수다.


야광조끼 무장을 하고, 우리는 아이스크림 먹으러  편의점에 간다.




https://brunch.co.kr/@@al0B/19


매거진의 이전글 차라리 못 봤더라면 좋았을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