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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Mar 20. 2023

사랑하는이여  안녕!

마지막을 맞이할 때..

입원 18일만에 남편은

천국으로 이사를 하고 말았다.


담당교수는 마음 준비를 하라고 했었지만

그 마지막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온 것이다.


​집에 돌아갈 수 없을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본인은 어떤 생각으로 지냈을까!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길,

그 누구도 대신 갈 수 없는 길이기에

더 외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주님 손 꼭 잡고 갈 수 밖에 없는 길...


병실을 옮길 때 그리 좋아하며

창밖 뷰가 참 좋았던, 조용하게 혼자 사용했던 2인실 병실도 마지막 가는길에는 위로가 되지 못한다.


​'내려놓음'책을 읽어 달라고 해서 조용히

읽어 주었다. 삶의 순간마다 주님의 음성을 들었던 선교사님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의 소망되시는 주님이

노마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인도하시리라.

가까이 다가오는 이별의 순간도 순적히 이끌어

주시리라 생각하니 마음에 평안이 밀려왔다.


​비교적 정신이 또렷해지고 기운이

있어 보이면 어머니와 전화연결을 해주었다.


정신 차리고 예수님 손 꼭 붙잡거라 당부 하시며

아들의 목소리를 한마디라도 더 듣고 싶어 하시는 어머니가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오늘을 넘기기 힘들것 같으니 가족들을 부르라고 한다. 직장에 있던 딸에게 전화를 하고 형제들께도 연락을 했다. 정말 오늘이 마지막이란 말인가!


​아침부터 의식이 거의 없는 사람의

손을 잡고 그동안 참 감사했고 정말 수고

했노라고.. 당신과 함께여서 참 행복했노라고

귓가에 이야기를 했다.


연락을 받은 친정언니들과 오빠,

올케언니가 도착했다. 이리 누워있으면 어떡 하느냐고 힘내야 하지 않느냐고 울부짖는다. 듣는지 마는지 눈을 감은 채 대답이 없다.


​형제들이 돌아가고 정말 우리 가족만 남았다.

이십여일을 한결같이 아빠곁에서 간호하며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 받고 아빠의 부탁을 꼼꼼히 체크해 놓았던 아들,


아빠가 투병하는 동안 아빠가 좋아하는 이벤트를 늘 준비하며 살갑게 아빠의 원하는 필요를 충족 시켰던 딸..

우리는 기어이 이별의 시간을 맞이 했다.


​심장 박동수와 산소 포화도 수치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빠께 감사 인사를 드리라고 했다


​아빠,잘 키워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도 열심히 살다가 갈테니 나중에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많이 사랑해요 가장 멋있는 우리아빠!


​아이들이 아빠의 얼굴에 얼굴을 비비고 이마에 뽀뽀를 하며 이별을 할 때 내 입에서는 찬송이 나왔다.

그의 귀에 나의 목소리로 찬송가

소리가 들리기를 바라며 나즈막히 불렀다.


​저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내 뜻과 정성 모두어 날마다 기도 합니다.

내 주여 내 발 붙드사 그 곳에 서게 하소서

그 곳은 빛과 사랑이 언제나 넘치옵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아빠를 천국으로 보냈다.


​울지 말기로 하자!

아이들과 생각을 모았다

고통없는 천국에서 우리를 응원하실 아빠가

우는 것 보단 꿋꿋이 잘 살길 바라실거야.


장례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아들은 기특하게도

상주역할을 잘 해내었다. 아빠가 하늘에서 보며 역시 우리아들 잘하네 할 것 같다.


​처음 남편의 건강에 이상이 왔을 때

혹시 올 죽음을 상상만 해도 두려움이 엄습 했었다.


하지만 3년 가까이 투병을 하며 우리 가족은

역시 살아계신 하나님을 더 알며 신뢰하게 되었고 그분과 더 깊고 친밀해지는 은혜를 경험하게 되었다.


주변에 많은 천사들을 보내셔서 필요를 채우시고 위로받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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